아로마테라피 작물로 대마의 가능성
아로마테라피 작물로 대마의 가능성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2.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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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 테르펜 성분 추출·정유 … 약리효과 발휘
다양한 기술 결합하면 치유산업 블루오션 기대

대마는 우리나라에서 마약류의 일종인 대마초 원료 작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섬유, 식품, 의약품 원료 등 여러 가지로 쓰임새가 많다. 최근 한 가지 더 추가된 이용 분야가 있는데 바로 ‘아로마테라피’ 이다.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는 Aroma(방향)와 Therapy(치료)의 합성어로 향이 나는 식물에서 추출한 휘발성 정유(Essential oil)를 이용하여 몸과 마을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아로마테라피 기본 원리는 정유의 분자가 코를 통해 후각 신경을 자극하고 세포 외액, 혈액, 림프액 등의 체액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비정상 세포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식물에서 추출한 방향성 정유가 여러 질병의 치유력이 있다는 사실이 오랜 임상경험을 통하여 확인되면서 라벤더, 로즈마리 등 방향성 정유를 생성하는 작물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마는 식물체 생육 기간 중 피넨(Pinene) 등 수 많은 방향성분인 테르펜류(Terpene)를 분비한다. 특히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미수정(未受精) 암꽃이 성숙하는 시기에는 그 향이 매우 진하게 분비된다. 필자와 같이 대마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는 일과 후 향이 몸에 배여 주위 사람들이 무슨 향기냐고 물어볼 정도이다. 이러한 대마의 방향성분인 테르펜류에는 수십 종이 있지만, 그중 다량으로 분비되는 성분은 소나무·로즈마리 향인 피넨(Pinene), 레몬그라스 향인 미르센(Myrcene), 레몬·오렌지 향인 리모넨(Limonene), 후추 향인 카리요필렌(Caryophyllene), 홉 향인 휴물렌(Humulene) 등이 있다. 이러한 대마에서 분비되는 주요 테르펜 성분들을 추출, 정유(精油)로 제조하여 흡입, 마사지, 습포, 목욕법 등의 방법으로 사람에게 투여한다. 이때 각 성분들은 단독 또는 다른 성분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항염증, 항종양, 항산화, 항바이러스, 항알러지 등 다양한 약리효과를 발휘한다. 이 중 베타카리요필렌(β-caryophyllene)의 경우 여러 연구를 통해서 파키슨씨병,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 성분은 속칭 ‘히로뽕’이라고 하는 ‘메스암페타민(Methammphetamine) 중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국민에게 대마는 대마초 원료식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혹자는 대마의 방향성분이 대마초의 도취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대마의 방향성분은 도취효과와 무관한 로즈마리 등 다른 향료식물에도 함유된 성분일 뿐만 아니라 끓는점이 낮아 상온에서 휘발된다. 반면 대마초 도취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etrahydrocannabinol)은 송진과 같은 끈적끈적한 식물성 수지(樹脂)로서 휘발되는 온도인 끓는점이 200℃ 정도로 높다. 따라서 휘발성인 방향성분과 식물성 수지인 도취유발 성분 THC는 상온에서 두 성분이 섞일 수 없다.

이러한 대마의 테르펜류는 식물의 병해충 등 외부 환경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분비되는 일종의 2차대사 산물이기 때문에 그 함량과 개별 성분들의 조성이 품종과 재배환경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로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농업적 생산기술과 함께 여러 가지 추출기술, 활용기술이 결합한다면 새로운 치유산업 분야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윤호<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