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재배지 안정생산, 토양 염 관리가 중요
시설재배지 안정생산, 토양 염 관리가 중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2.15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양 염류 방지 위한 비료·퇴비 등 양분 총량 파악 필수
킬레이트제 관주·양분 이용 … 수확량 ↑·양분 ↓

시설재배지의 토양은 경작 햇수가 오래될수록 비료성분인 염류가 토양 내 쌓이게 된다. 작물별 비료의 추천시비량은 경제 수량을 목표로 설정돼 있는데 작물이 이용하고 남은 양분이 토양에 쌓이기 때문이다. 작물에 대한 염류 피해는 생육이나 수량이 40% 수준까지 감소해도 겉으로 피해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개의 농가는 지난해보다 작물의 생육이나 수량이 부진하면 토양 내 양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고 더 많은 퇴비와 비료를 작물에 뿌린다. 수량이 부족한 원인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악순환이다.

시설하우스 토양 내 염류집적의 여부는 작물이나 토양을 유의 깊게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다. 토양 내 염류가 쌓이면 작물에 나타나는 가장 흔한 반응은 잎의 형태, 모양, 색깔 등이 변화하는 것이다. 토양 염류가 많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뿌리의 물 흡수가 줄어들어 낮에는 잎이 시들어 아래로 쳐진다. 또한 증산량이 적은 밤에는 잎의 활력이 되살아난다. 토양 내 질소성분이 많으면 잎의 색깔이 암록색으로 진해지기도 하고, 비료성분이 많으면 잎끝이 말라서 타들어 가거나 오그라드는 현상도 발생한다. 물을 충분히 줘도 어린잎의 끝부분이 여전히 시들어 있거나, 전반적으로 잎이 작고 성장이 늦는다면 토양 내 염류집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비료성분은 물에 잘 녹는 특성이 있어 관수 시 물이 번져 나가는 방향으로 이동하여 남은 비료 성분은 작물이 심겨진 두둑 끝부분에 모이게 된다. 두둑 끝부분의 흙 알갱이에 하얀 염들이 모여 있다면 토양 안에 비료성분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빠짐이 나쁘거나 관수량이 많아 지나치게 습한 환경인 상황에서 토양 내 비료가 많게 되면 종종 이끼가 생긴다. 하우스 안에 이끼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토양 양분을 확인해야 한다.

토양 내 염류가 쌓이는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료와 퇴비를 통해 토양에 들어가는 양분의 총량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농가에서 흔히들 간과하는 것이 퇴비주기이다. 비료는 포장지에 성분량이 적혀있어 얼마나 양분을 주었는지 알 수 있지만 인근 축사에서 얻어다 쓰는 가축분 퇴비는 양분함량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퇴비라 할지라도 991㎡(300평)당 2톤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주고, 2~3년 주기로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여 센터에서 추천하는 토양검정시비량을 준수하도록 한다.

일단 많은 양의 양분이 토양 안에 쌓여 있다면 염류집적의 정도에 따라 농가에서 기존대로 주는 비료를 50~100%까지 줄이고, 농촌진흥청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킬레이트 용액을 주기적으로 관주하는 것이 좋다. 킬레이트제는 토양 안에 있는 과잉의 양분을 붙들어 작물의 흡수를 억제함으로써 다량의 염 때문에 발생하는 작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작기가 끝나면 쉬는 동안 녹비를 재배하여 풋거름으로 쓰거나, 퇴비나 비료 대신 양분함량이 낮은 볏짚을 넣고 두둑을 높게 만들어 준다. 볏짚은 토양의 통기성과 투수성을 높여 관수 시 토양 염류가 뿌리 바깥으로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하고, 미생물의 먹이로 작용하여 토양 안에 있는 양분을 미생물이 이용하도록 돕는다. 다음 작기에도 비료나 퇴비 사용은 피하고 꾸준히 킬레이트제를 관주하면서 토양 안에 들어있는 양분을 이용하여 작물을 기르도록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1~2년간 토양 내 양분을 관리하면 양분은 눈에 띄게 줄고, 수확량이 늘기 시작할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한해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당장 염류집적이 없다 하더라도 농업기술센터에 요청하여 토양을 진단하고 토양검정시비량을 추천받아 실천해 보자. 토양이 건강해지면 작물은 좋은 품질과 수량으로 보답할 것이다.

■이인복<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