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신품종 ‘미래향’ 개발에 부쳐
감귤 신품종 ‘미래향’ 개발에 부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3.02.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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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고 재배쉬운 ‘미래향’ … 미묘한 향 나
해 넘기지 않고 수확할 수 있어 노지재배 가능

새로운 품종이 주는 경험은 참으로 놀랍다. ‘동양적인 오렌지 향이 좋다’ 이 말은 실제 우리 감귤을 먹어본 사람이 마켓 리뷰란에 쓴 말이다. 오렌지 향이 동양적이라는 표현은 필자가 들어본 감귤의 향 평가 중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말이다. 이 리뷰는 우리 감귤 품종 ‘미래향’을 맛본 소비자의 소감이었다. 참고로 ‘미래향’이라는 이름은 ‘미래’라는 단어와 ‘향’을 합쳐 지었다. 그러고 보면 리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향이 감귤 신품종의 미래를 밝혀줄 것 같은, 즉 품종 이름을 지은 연구자의 마음과 통하는 데가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만감류 품종인 ‘미래향’은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황금향’과 ‘병감’이라는 품종을 교배해서 만들었다. ‘황금향’의 향은 유럽의 ‘클레멘타인’에서 오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갈리는 향이다. ‘병감’의 향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향으로, ‘한라봉’의 향이 이 품종에서 유래됐다. 두 개가 조합돼 ‘미래향’은 정말 미묘한 향이 난다. 누군가에겐 좋은 향이고 또 누구에겐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이 향을 좋아하는 소비자에겐 이 감귤 품종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과즙이 풍부한 과일을 먹으면 소비자는 다양한 맛의 경험을 한다. 일단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처음 혀끝에 느끼는 맛과 목을 넘길 때 맛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입안에서 씹을 때 약간의 아삭함과 더불어 부드러움이 있다면 매우 좋다. 이런 과일은 처음 한 번 먹었다가 남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나중에 먹으면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만감류는 껍질을 벗기기 쉬워야 한다. 소비자는 이러한 경험을 ‘미래향’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생산자에게 ‘미래향’은 어떤 느낌일까?, 일단 재배하기 쉽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으로 감귤 농가에서는 나무 세력이 좋고, 나무를 키우는 관리 노력이 적을 것, 매년 생산량이 적당하고, 품질이 좋아야 할 것, 여기에 유통하기 좋도록 껍질이 단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 있다. 사실 이 정도면 농가 입장에서는 적어도 재배적인 측면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미래향’에게 이런 평가가 가능한가 반문해보면, 대부분 그렇다라고 경험이 풍부한 농가들이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해를 넘기지 않고 12월 안에 수확할 수 있으니 노지재배도 가능하다. 사실 노지에서 재배하는 감귤은 밀감이 대부분이라 품종 다양화를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미래향’은 좋은 대안 중에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단점은 없을까? 농가에게 새로운 품종을 소개할 때 이런저런 단점이 있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해줘야 하는데, ‘미래향’은 그런 것이 별로 없다. 과일 솎기를 충실해 해줘야 한다 등 소소한 관리 노력에 대해 말은 하지만, 이런 것은 기본적인 것이라 농가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농가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재배하는 부분에서 없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새로운 품종을 세상에 처음 소개할 땐 개발자 입장에서 자부심도 있지만, 스트레스도 심하다.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과정이 만만치 않고 극복해야 할 요소도 많다. 그런데 이번에 개발한 ‘미래향’은 감귤의 미래를 탄탄하게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많이 드는 품종이다.

■윤수현<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