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 배추 물량 확대 … 가격폭락 우려
정부 설 배추 물량 확대 … 가격폭락 우려
  • 권성환
  • 승인 2023.01.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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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비축·농협계약재배물량 활용 공급 평시대비 1.5배 확대
전국배추생산자협의회 강력 반발

농림축산식품부가 설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위한 배추 등 10대 성수품 물량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배추 생산자들의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최근 배추 가격이 폭락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평시 대비 1.5배를 시장에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배추 등 10대 성수품의 수요가 본격 시작되는 설 연휴 전 3주 차(1.2.)부터 정부비축,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활용해 공급량을 평시 대비 1.5배 수준 확대(1.2.~1.20.)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배추생산자협회는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1월 5일 가락시장 배추 최하 경매가격이 10kg에 1,600원이 나와서 운반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실정인데 설을 앞두고 평시 대비 1.5배 배추를 시장에 푼다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생산 농민은 죽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 표명인지 분명하게 답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배추 특성상 2개월 정도면 정상화될 것을 알면서도 물가당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생육이 70%에 밖에 되지 않은 물량을 김장철 바로 앞에 2만3,300톤을 시장에 방출하고 신선배추를 수출 김치용이라고 1,600톤 수입했다”며 “가격 상승 원인은 고려하지 않고 수입 농산물로만 가격을 급하게 하락시키려 한 정부의 수급정책이 현재 배추 가격을 대폭락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겨울배추는 거래 자체가 끊긴 상태고 유통상인과 계약된 물량조차 계약금 포기할테니 농가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추 재배 농가는 수익이 없어 지난해 사용한 농자재값도 갚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생산농가에 대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도리어 폭락해 있는 배추값이 더 떨어지도록 평시보다 1.5배를 더 시장에 풀겠다는 방침이다.

배추생산자협회는 “농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지난 12월 전남 생산자 대표들과 만나 AT를 통해 비축한 1만톤은 현재 가격이 유지되면 절대 시장에 방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조합장들과 농민들에게 한 약속마저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리는 정부를 농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냐”며 “현재 가을배추 120ha에 대한 출하정지와 폐기를 진행중에 있으면서도 시장에 평시보다 1.5배를 방출하겠다는 정부 발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폭락해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면 시장개입이라서 어렵다는 정부가 물가를 핑계로 농산물 가격을 폭락시키는 이런 행위를 맘 놓고 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 사회의 반농민적 인식에 배추 생산농가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1명의 국민이라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배추를 시장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폐기 등의 긴급 가격 안정 대책과 근본적 수급안정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