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기능성 채소로 소비 유도하려면
인삼, 기능성 채소로 소비 유도하려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11.2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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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품 관심 ↑ … 인삼 수출탑 역대 최대
수출 등 유통확대 위한 선진화된 기술 투입해야

한국의 인삼은 단순한 농산물이 아니다. 인삼을 재배하여 유통하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우리나라 인삼은 여전히 ‘고려인삼’이라는 이름으로, 대표 명품으로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인삼 수출액은 주춤하는 듯하다가 최근 코로나로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2021년 현재 약 2억 6천만 달러로 작년 대비 16.2% 증가했다. 역대 최고의 실적이다.  

수출량 증가는 기분 좋은 소식이지만, 2020년만 해도 인삼공사의 계약물량은 축소되었다. 이로 인해 시장에 인삼 공급이 과잉되며 가격이 떨어지고 농가의 어려움이 컸다. 인삼 수출은 대부분 가공품이고 국내 소비도 홍삼과 같은 가공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산되는 인삼 중 수삼용으로 소비되는 비중은 2012년 이전에는 50% 이상이었으나 2015년에는 34.3%까지 급감하였다. 인삼은 수확 후 품질 변화가 빨라 수삼으로 판매되지 못하면 가공품으로 제조하여 보관하게 되는데 몇 년간 그러한 가공품 재고가 쌓이며 계약물량이 줄어들고 이로써 시장에 공급이 과잉이 됐던 것이다. 

인삼의 소비 중 수삼용으로 판매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 더 다양해지고 있어 인삼 소비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인삼이 건강식품 재료뿐 아니라 식재료로 활용도가 높다면 어떨까?

우리의 어머니 세대는 관광버스를 타고 인삼시장에 들러 수삼을 직접 구매하고 홍삼을 만들어 가족들의 건강을 챙겼다. 그러나 요즘 주부들의 소비 패턴은 다르다. 건강식품의 경우, 필요한 영양성분을 따져 인터넷 등을 통해 구매한다. 수삼은 선물로 받아도 당황스럽다. 흙이 묻은 수삼을 깨끗이 닦는 것부터 쉽지 않다. 

수삼용 소비를 유지하고 인삼 소비를 확대하려면 지금까지 소비해왔던 방식인 건강식품으로써가 아니라 기능성 채소 개념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식재료로 이용하기 위해 인삼을 이용한 간단한 요리법이라든지,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홍보가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소비자의 구매 방식에 맞춰 인삼을 유통하는 것이다. 다른 채소처럼 깨끗하게 세척해 소포장한 인삼이 마트와 같은 시장에서 쉽게 눈에 띄어야 한다. 인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TV에서 보았으나 그날 저녁 따라해 보려면 막상 구하기가 쉽지 않다. 즉 수삼의 소비를 확대하려면 접근성과 이용 편이성을 높여야 한다.

수삼을 세척, 소포장, 대량 유통체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품질관리 기술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까지 수삼을 관리하던 방식은 예전의 전통적인 유통체계에 맞추었던 것으로 그대로 적용하면 유통 중 품질이 나빠지고 손실이 높아진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지난 10년간 품질관리 기술을 연구하여 수출과 대량 유통에도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즉 수확된 인삼의 저장, 세척, 건조, 포장되는 전 과정에 최적의 기술을 적용하여 손실률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깨끗하고 품질이 좋은 인삼을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1,500년 이상의 재배역사를 가진 한국의 인삼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수확된 인삼의 손실률을 낮추고 수출 등 유통 확대를 꾀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기술을 투입하여 깨끗하고 친숙한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한국의 대표 명품인 인삼, 이제 건강한 채소로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지현<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