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농협 구조적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모색 - 경제사업
품목농협 구조적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모색 - 경제사업
  • 권성환
  • 승인 2022.11.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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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경제사업 부진 … 협동조합 정체성 멀어져
신용사업 치우쳐 ‘농민 뒷전’
경제활성화 계획 추진 … 조합원 만족도 56.5점
“사업구조개편 실패 비판 면하기 어려울 것”
인천원예농협 삼산공판장 전경
인천원예농협 삼산공판장 전경

농업인들의 삶의 질 증진과 농업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이 경제사업 부진으로 고전하는 등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은 당초 설정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소위 ‘돈 되는 사업’인 신용사업에 치우쳐 있어 조합원 이익을 극대화시켜야하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멀어져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협법이 정한 농협의 설립목적은 자주적 협동조합을 통해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에 있다.

그러나 설립목적 취지와 반대로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어 농민 조합원의 원성의 대상이 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협은 지난 2012년 경제부문과 신용부문을 분리해 중앙회 아래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설립하고, 이후 2012년 10월 농협은 농축산물 가공·유통·판매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세우고 ‘농업인에게 실익을 주는 판매농협 구현’을 비전으로 내세웠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경제산업사업평가과에서 발간한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사업 구조 개편이 10년이 지났지만 최근 농협 경제사업 달성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계획을 보면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 부문의 경우 2012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7차례나 계획이 변경됐고, 축산경제도 6차례 수정됐다. 또한 투자계획 대비 집행실적도 평균 61.3%로 저조했고, 축산경제만 놓고 보면 46.2%로 더욱 낮았다.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평가지표에서도 총 53개 중 26개 지표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의 경제사업 평가에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평가점수를 보면 농업경제부문은 사업구조 개편 초기인 2012년 88.03점, 2013년 88.34점 등을 기록했지만, 마무리 시점인 2019년 72.24점, 2020년 72.07점 등으로 매년 하락했다.

또 산지유통과 책임판매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에 대한 농협의 산지유통 점유비 목표를 2020년 61.5%로 계획했지만, 실제 실적은 48.3%에 그쳤다.

특히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책임판매 비율이 2020년 32.9%로 당초 목표 51.1%를 크게 밑돌았다.  

이 같은 저조한 실적으로 인해 조합원의 만족도 역시 낮았다. 사업구조개편이 종료된 2020년 농민 조합원은 100점 만점에 56.5점으로 평가했다.

농협의 한 조합원은 “농협이 돈 장사에만 급급해 농산물 판매 등 경제사업은 등한시 한다”며 “농협은 농민 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사업구조개편 이후의 성과가 매우 저조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농가소득 감소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제사업 추진계획 대비 실적 저조 ▲농식품부 평가도 미흡 등 구조개편 이전보다 경제사업물량증가율 감소 ▲판매농협 구현 등 사업목적 미달성 ▲경제사업 활성화 추진했지만 오히려 농가소득 감소 및 유통비용률 증가 ▲회원조합에 대한 배당금 감소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의 목표는 판매농협 구현, 농축산물 가격안정 등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에 있다. 농가소득은 2019년 4,118만원까지 증가했으나 핵심인 농업소득은 같은 해 1,026만원으로 여전히 1,000만원 선을 못 넘어서고 있다. 농가수취가격의 척도인 농가판매가격지수도 농협 사업구조 개편 전후가 유사한 수준이다. 
 

충서원예농협 하나로마트
충서원예농협 하나로마트

무엇보다 산지·도매·소비지 단계별 농축산물 유통비용 절감을 핵심과제로 설정했지만 농협 사업구조 개편 이후에도 유통비용률은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다.

농협 경제사업에 대한 농가의 낮은 만족도는 실제 판매사업을 이용하는 조합원 현황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의 판매사업을 이용한 조합원은 57만 5,283명으로, 전체 조합원 208만 7,360명의 27.6%에 그쳐 조합원 4명 중 3명은 판매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의 농협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부분으로 고령화와 인구소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농협이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품목별로 상위 20%의 전업농가가 전체 생산량의 80% 가까이를 생산하는 현재의 농업 생산구조에서 전업농의 농협 판매사업 이용 부진은 경제사업 활성화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 사업구조개편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목표로 추진됐는데 사업구조개편이 실패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농협은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지난해 2025년까지의 5개년 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사업 계획을 살펴보면 ▲스마트 유통환경 조성 ▲도매사업 중심으로 유통체계 혁신 ▲도소매사업의 온라인 전환 ▲협동조합 정체성에 부합하는 판매확대 등의 4대 전략을 바탕으로 한 5개년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농산물거래소 개설, 농산물 도매기능 농산물도매분사로 통합 등 유통 혁신과 스마트 농업 확대 지원 등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혁신을 통해 농업인은 물론 소비자까지 웃을 수 있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만들어나가고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농업·농촌이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구조 개편 뒤 악화된 농협중앙회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판관비와 고정 투자를 최소화하고 운영비용을 줄여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가는 일도 진행하고 있다. 2023년까지 13조 원 이하로 차입금 규모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책임판매 비중은 지난해 35.4%에 이어 올해 농업경제 36.9%, 축산경제 42.1%를 달성하고, 2025년에 농업경제 43.6%, 축산경제 64.4%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산지유통 점유비와 농축산물 소비지 점유비 역시 각각 2025년에 62%와 18%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규 투자 역시 지난해 1,087억 원(실적 793억 원, 달성률 72.9%)에 이어 올해 459억 원, 2023년 577억 원 등 2025년 646억 원까지 총 3,3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중심의 유통트렌드 변화에 대응해서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을 새롭게 수립해서 차질없이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협 중심의 유통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