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내 원예작물 생산, 기술로 준비해야
간척지 내 원예작물 생산, 기술로 준비해야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1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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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략적 품목선정과 생산정책 수립 긴요
간척지 내 안정적 생산 위해서 재배법 확립돼야

도시화와 산업화로 우리나라 농경지는 지난 20년간 16.3%가량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간척지는 국민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간척지는 바다에 흙을 매립해 조성하기 때문에 토양 염도가 높고, 물 빠짐이 좋지 않은 곳이 많다. 일반 농경지보다 환경이 불량하다 보니 주로 염에 강한 벼, 보리, 사료용 초지 등을 생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돼 왔다. 원예작물은 염에 약하다는 인식과 대량 생산에 따른 산지 가격 하락을 우려하여 간척지 생산에 소극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간척지에 원예작물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인 품목 선정과 생산 정책 수립, 연구기관의 불량환경 극복 기술 개발, 생산자의 관심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일본의 나가사키현 이사하야만 간척지 내 원예작물 생산을 위한 연구 과정은 눈여겨 볼만하다. 이사하야만 간척지는 계획단계에서 영농 유형을 8가지로 설정하고, 원예와 축산 중심의 경축순환을 통해 지속적인 영농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자 공급에 유용한 채소와 화훼 품목을 유형에 따라 선정해 놓고, 이들 작물을 생산하기 위한 물 빠짐 관리, 염 제거, 농사에 알맞게 흙을 만드는 숙전화 대책 등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간척지에서도 일본의 사례와 유사한 원예작물 도입 방안을 계획 중이다. 새만금 간척지의 농업지구 9,430ha 중에는 1,480ha의 원예단지가 포함돼 있다. 농촌진흥청은 원예단지 계획지구 안에 재배 가능한 작물을 선발하고 재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5년간 14품목의 원예 및 특용작물에 대한 생육 반응을 조사했다. 채소는 배추, 무, 시금치, 레드비트, 순무, 사탕무,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당근, 아스파라거스 등 10품목이고, 과수는 포도 1품목, 특용작물은 방풍, 감초, 참마 등 3품목이다. 

봄배추 5품종에 대한 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3㎏ 이상의 포기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수확시기 기온 상승과 잦은 강우로 인한 속 갈변 현상이 지적되었다. 무와 당근은 토양 과습에 의한 뿌리 갈라짐 현상이 있었고, 레드비트와 참마는 뿌리의 외관이 거칠고 매끄럽지 못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포도의 경우에는 4년간 재배하며 생육상황을 지켜본 결과 품종 간 차이가 컸다. ‘캠벨얼리’와 ‘자옥’은 어느 정도 정상 재배가 가능하였으나, ‘샤인머스캣’과 ‘홍주씨들리스’는 착색이 늦어지고 열매 터짐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방풍, 사탕무 등은 간척지 적응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었다. 아스파라거스 33품종을 대상으로 염류 농도를 달리하면서 재배한 결과, 높은 토양 염류 환경에서도 잘 견디며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스파라거스 중에서도 특히 몇 품종들은 염에 강하고 수확량이 높게 나타났다. 국내 아스파라거스 재배면적이 100ha 수준으로 크지 않고, 시장 가격이 높은 점을 고려할 때 간척지 재배가 유망하다고 판단된다. 

앞서 일본의 나가사키현 이사하야만 간척지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간척지 내 원예작물의 재배 시 가장 큰 문제는 토양 내 높은 염류 함량과 배수 불량이다. 간척지 내 원예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량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함께 재배법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추가 연구가 이어져 간척지에서 생산한 각종 원예 품목들이 우리 소비자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길 기대한다. 

■이인복<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