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검정 체계 구축 및 다양한 저항성 자원선발 중요

배추과 채소에 있어 대표적인 병은 뿌리혹병(Clubroot)이다. 병이 발병한 개체 뿌리에 혹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나서 뿌리혹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뿌리혹병은 무사마귀병이라고도 불린다. 토양 전염성 활물 기생균(Plasmodiophora brassicae)에 의해 발병하며, 무, 배추, 양배추 등 배추과 채소에서 폭넓게 발생한다. 뿌리혹병이 발병하면 병원균은 뿌리에 혹을 만드는데 이 혹 안에서 병균들은 식물체의 영양분을 이용하여 증식하게 된다. 감염된 부위에서는 다른 부위보다 많은 영양분을 소모한다. 또한, 뿌리 전체의 무기 양분과 물의 흡수를 방해하여 식물 생장을 저해하는데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식물체가 고사하게 된다. 재배지에서 뿌리혹병이 발병하면 수량의 30%에서 많게는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이 병은 우리나라에서 1920년 수원과 서울 근교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1990년대 급속히 확산, 현재는 계절과 작형에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발병이 보고되고 있다. 뿌리혹병이 한번 발생한 재배지는 완전한 방제가 불가능하다. 뿌리혹병 방제를 위해 농약,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으나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연작(이어짓기)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뿌리혹병은 농기구를 통해 쉽게 전파되기 때문에 발생 농가 주변으로 쉽게 퍼져나간다. 따라서 뿌리혹병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배추과 채소 외의 다른 작물을 돌려짓기하거나 저항성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는 배추에 비해 뿌리혹병 발병이 약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우리나라 무 재배 농가에서도 뿌리혹병이 발병되고 있다. 특히, 농기구를 통해 전파되다 보니 점점 피해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무 주요 생산지인 후베이성에서 뿌리혹병이 발생한 2003년 이래로 30% 이상의 무 생산량 손실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중국은 뿌리혹병 무 저항성 품종을 개발하고 있고 선발 마커, 검정법 개발 등의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뿌리혹병에 관한 연구가 오랜 기간 이루어졌으나 배추 중심의 마커와 저항성 품종이 대부분이었다. 무에 관해서는 검정법 연구만 진행되었을 뿐 저항성 품종 개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뿌리혹병의 유전적 변이가 생기면 저항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기존 품종들도 저항성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무에서도 저항성 품종 개발 연구를 하여 여러 저항성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대비할 필요가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배추 뿌리혹병 저항성 육종 소재 개발을 시작으로 무에서도 뿌리혹병에 저항성을 지닌 육종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무 유전자원의 저항성 검정을 위해 뿌리혹병 검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저항성 품종 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저항성 자원을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뿌리혹병 레이스(Race) 종류별로 유전자원의 저항성을 평가하고 저항성이 강한 무 자원을 선발 중이다. 또한, 보유 중인 균주로 저항성을 검정하고 육성 계통 중에 ‘원교10029호’ 등 저항성을 갖는 무 14계통을 선발하였다.
앞으로도 국내외 자원들에 대하여 저항성 평가를 하여 다양한 저항성 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뿌리혹병에 강한 육종 소재와 더불어 효율적인 검정법 개발로 안정적인 무 생산에 기여하도록 하겠다.
■이준호<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