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적응 아열대과수 확대, 우량 묘목 생산부터
기후변화 적응 아열대과수 확대, 우량 묘목 생산부터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10.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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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과수류 규격기준·인증제 사각지대 높여
망고·패션프루트 등 묘목 생산·공급체계 마련돼야

과수는 한 번 심으면 수십 년 동안 재배한다. 따라서 알맞은 환경의 적지 선정과 좋은 묘목 선택은 재배 성공을 위한 출발점이자 생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묘목은 미래의 과일 생산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되는데 묘목이 가진 소질(素質), 즉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병해충·바이러스 등에 저항하는 능력, 안정적인 수량을 갖는 생산능력, 품종 특성과 장점이 있는 형질 보유 능력 등이 우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종자관리요강(농식품부 고시)을 통해 주요 과수 묘목의 소질관리를 위한 ‘규격묘 규격기준’을 시행하는 한편, 종자산업법 개정을 통해 건강한 과수 묘목 생산을 위한 ‘무병화 인증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부 차원의 관리는 주요 과수의 안정적 재배뿐만 아니라 수량과 품질 개선을 통한 과수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행제도는 주요 과수로 대표되는 9대 과종(사과, 배, 포도, 복숭아, 감, 감귤류, 자두, 매실, 참다래)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기후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을 포함 남한 전체면적의 10%(15.8만ha) 수준이 아열대 기후권으로 변화되었고 21세기 후반까지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기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온난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기후변화 예측, 대응, 적응, 완화를 위한 농업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열대·아열대 작물의 도입·평가와 재배 기술 개발·보급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대책이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까지 19종의 열대·아열대 과수의 도입, 평가가 이루어진 가운데 2021년 현재 186.9ha(694 농가)가 재배되고 있다. 통계에 잡히는 도입 과수는 망고, 패션프루트, 올리브, 파파야 등 10종이 있는데, 망고와 같이 10a당 소득이 높은 작물을 중심으로 귀농·귀촌 및 작목전환 농업인 등의 재배 의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관련 지자체 또한 미래 신소득 작물로써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 보조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점차 높아지는 아열대 과수 묘목은 주요 과수류의 규격 기준 및 인증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이다. 정부 차원의 묘목 소질에 대한 규격과 인증관리는 과수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토대가 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제도권 밖에 존재하는 아열대 과수는 기반 없는 건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아열대 과수의 국내 재배가 시작 단계인 현시점이 미래 안정적인 고품질 생산을 위한 우량 묘목의 생산, 공급을 시작해야 할 호기인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어난 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드는 등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측된다. 

지금부터라도 주요 아열대 과수를 대상으로 묘목 소질을 고려한 규격 기준 확립, 및 무병묘 인증제도 등을 현행 과수류에 더하여 제도권 포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우량 묘목의 생산·보급 관련 연구가 종합적으로 추진되어 농업인의 안정재배를 지원하고 농업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가 농업에 위기를 줄 수도 있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대응 경쟁력 있는 국내 과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아열대 과수 묘목의 생산·공급체계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설아<농진청 원예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