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와 백합이 같은 거라구요?
나리와 백합이 같은 거라구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8.0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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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근 화훼 나리 매년 80% 이상 수입돼
신품종 개발 및 대량증식·보급 시스템 갖춰져야

“아니, 나리와 백합이 같은 거라구요?”깜짝 놀라 되물었다. 왜냐면 여태까지 나리와 백합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꽃으로 생각했는데 둘이 같은 거라고 하니 놀랄 수 밖에.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백합과 나리는 똑같이 백합목 백합과 백합속의 식물이었다. 차이라면 백합은 한자어이고, 나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러니 백합은 나리이고, 나리는 곧 백합이 맞다.

흔히 백합이라고 하면 보통 흰백(白)자를 생각해 나팔모양의 조금 큰 하얀색 꽃이라고 생각하는데, 백합(百合)은 한자어의 뜻 그대로 많은 비늘줄기(鱗片)가 모여 있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좀 더 들여다보면 나리는 크게 나팔나리, 오리엔탈 나리 및 아시아틱 나리 등 3 종류로 나뉘는데, 대다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리는 나팔나리다. 그래서 꽃집에서 꽃을 살 때 ‘백합으로 주세요’라고 하면, 대개 이 나팔나리 꽃을 중심으로 어울리는 여러가지 꽃과 초본을 섞어 포장해 준다. 

화려하고 예쁜 나리를 보고 국내에서 생산된 꽃이 아니라 수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유럽종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나리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나리는 대부분 교배종이다. 일찌감치 화훼산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화훼업자들이 ‘나리’를 가져다가 이종교배하여 무려 500여 종의 새로운 종간 잡종나리 신품종을 ‘릴리(Lily)’라는 이름을 붙여 전 세계로 전파시켰다. 

마침, 며칠 전 농촌진흥청과 전라북도농업기술원에서 주최한 ‘새만금 활용 경관화훼 적용 실증 현장평가회’가 새만금 실증단지에서 있었다. 최근 관광과 환경을 목적으로 공원과 하천 등에 예쁜 꽃을 가꾸는 ‘경관 화훼산업’이 주목받는 가운데 새만금 간척지를 활용한 경관 화훼 시범단지를 조성했다니 기대가 컸다. 

시범단지는 약 3,000평 정도의 규모로 구성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주황, 노랑 등 화려한 꽃 색깔을 뽐내는 각종 신품종 나리를 활용하여 꾸민 경관 화단이었다. 나리와 어울리는 여러 종류의 꽃을 섞어 다른 꽃과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도록 설계한 경관 화단도 있었다. 화단 자체에 디자인적 요소를 넣어 나리를 비롯한 초화류들을 섞어 꾸민 디자인 화단도 좋았다. 

그 동안 국내 육성 나리의 보급 확대를 위해 GSP(Golden Seed Project) 원예사업단을 중심으로 나리 구근개발 및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 사업을 통해 57품종의 나리 신품종이 개발되었다. 후속 연구로 추진된 이번 평가회는 국내 육성 나리의 경관화단 활용을 모색하는 동시에 간척지를 나리 구근 생산단지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는데 있다. 구근화훼인 나리는 다년생 식물이긴 하지만 월동 유지비용보다 구근 수입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매년 국내 나리 구근 수요량의 80% 이상을 네덜란드로부터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자 오래 전부터 조직배양 기술을 이용하여 국산 신품종 나리를 대량으로 증식·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GSP 사업에 참여하여 2017년 이후부터 매년 약 20만개 이상, 누적 120만개 이상의 조직배양 국산 나리 신품종 구근을 증식·보급하여 국내 나리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였다.

나리는 장점이 매우 많은 꽃이다. 꽃 자체도 예뻐 관상용은 물론 건강기능식품의 소재나 약용소재, 나아가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까지 가능성을 인정받아 경제성도 충분하다. 농진청을 비롯한 지방농촌진흥기관에서 우수한 나리 신품종을 개발하고, 농진원에서 신속하게 대량증식·보급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경관자원으로서 수익창출 뿐 아니라 안정적인 구근 보급을 통한 수입대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택<Ph.D.,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묘생산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