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육종 기간 단축 기술에 거는 기대
호박 육종 기간 단축 기술에 거는 기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6.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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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종 개발·특성 유지 위한 여교배 방법
대량 분자표지세트 활용 품종개발 소요시간 절반 감축

호박은 우리 밥상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채소이다. 나물과 전, 볶음, 찜, 죽 등 다양한 모습으로 식탁에 등장한다. 하우스 시설에서 일 년 내내 키워지기 때문에 늘 곁에 두고 맛볼 수 있다. 호박은 중앙·남아메리카에서 기원하여 오랜 기간 동안 재배돼 왔다. 우리가 먹는 호박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덜 자란 길쭉한 녹색 열매 모양의 ‘애호박’과 완전히 익어서 껍질이 노란색을 띠는 ‘늙은 호박’은 동양계 호박(모샤타종)으로 분류된다. 겉은 녹색이지만 속이 노랗고 당도가 높은 단호박은 서양계 호박(막시마종)으로 구분된다. 더불어 호박은 오이, 수박, 참외 등이 땅 속에 있는 수분과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뿌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호박 육종은 흰가루병과 바이러스에 강하고 겨울철 저온에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품종의 우수한 특성은 유지하면서 한두 가지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여교배 방법을 사용한다. 보통 6~8세대 이상 여교배가 이루어져야 원하는 형질이 도입되고 기존 품종이 지니는 우수한 특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원하는 형질이 도입된 우수한 특성을 지닌 계통과 품종을 얻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또한 호박을 비롯한 박과채소는 덩굴지어 자라는 특성으로 인해 많은 재배 면적과 노동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육종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이 더욱 필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육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개발하기 위해 동양계와 서양계 호박 핵심계통(각 38, 40개)을 각각 수집하여 염기서열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각 계통별로 염기서열에 차이가 있는 변이 정보를 동양계와 서양계 호박에서 각각 219개와 240개를 선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새롭게 개발했고 국내 종자기업의 호박 육종에 활용되는 소재 95점을 대상으로 적용한 결과, 우수 품종의 형질을 조기에 선발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즉 동양계 우수 대목 계통에 흰가루병 저항성을 도입한 여교배 1세대에서 회복률이 평균 75%보다 높은 82.7%를 나타내는 개체를 선발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 단일 분자표지에 비해 12배 이상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활용하면 개체별로 하나하나 심어보지 않고도 다음 세대를 예측할 수 있어 품종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한 호박 육종을 위해 재배에 드는 토지와 노동력, 부대비용 등을 기존보다 4분의 1 이하로 절감할 수 있어서 경제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 

호박 대량 분자표지 세트는 지난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기술이전을 마쳤다. 현재는 종자산업진흥센터를 통해 민간육종연구단지 내 입주기업과 연구기관 등에 분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작년부터 5년 동안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육종전환지원사업과 맞물려 국내 종자기업의 디지털육종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개발한 호박 대량 분자표지마커세트는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을 촉발하는 유용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육종기반연구실은 2016년 배추를 시작으로, 무, 오이, 수박, 그리고 호박까지 5개 채소작목에 대한 대량 분자표지 세트를 개발하고 육종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실용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앞으로도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종자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육종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채소 디지털 육종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하겠다.

■이은수<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