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상추의 쓴맛
쌉싸름한 상추의 쓴맛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5.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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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안정·불면증 등에 도움되는 상추
신선편이 채소 상추, 소비트렌드 맞춤 생산·이용확대 기대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의 5가지 맛 중 쓴맛은 입맛을 돋우고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허열을 내려 눈과 머리를 맑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고 한다. 나른한 봄날 씀바귀, 고들빼기, 머위나물과 같이 쓴맛이 나는 나물을 먹었을 때 입맛이 돌고 기운 나는 경험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봄나물과 함께, 최근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되는 사용되는 치커리, 엔다이브, 상추 또한 쌉싸름한 쓴맛으로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  

상추의 잎을 따거나 대궁이를 잘라보면 상처 부위에서 우윳빛의 액체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하얀색 유액이 상추 특유의 쌉싸름한 쓴맛을 내며,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쓴맛 성분인 BSL(Bitter Sesquiterpene Lactones)류인 락투신(lactucin), 락투코피크린(lactucopicrin), 8-데옥시락투신(8-deoxylactucin) 등이 주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신경안정과 통증완화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불면증에도 도움이 주어 수면 장애를 완화하고 숙면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상추의 쓴맛은 재배 지역이나 시기 등 재배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적절하게 물 관리를 한 토양에서 자란 상추에 비해 건조한 토양에서 자란 상추가 BSL 함량이 높은 편이다. BSL 함량은 햇빛이 강할수록, 재배 온도가 높을수록 많아진다. 녹색 잎의 청상추보다 붉은 색 잎의 적상추가 BSL 함량이 더 높다. 

BSL 함량은 생육 단계와 식물체 부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생육 초기보다는 후기로 갈수록 함량이 증가하는데, 잎을 수확하는 생육 중기와 비교해서는 꽃대가 올라오는 시기에 그 함량이 10배 이상 높아진다. 또한 식물체 아래쪽 잎에 비해 위쪽 꽃대에 가까울수록 함량이 더 높다. 

BSL 함량은 상추 품종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육성한 잎상추 품종 ‘참흑치마’, ‘삼복하청’, ‘진홍미’, ‘춘하추적치마’, ‘진미적치마’, ‘매혹흑치마’의 생육 중기 말린 잎의 BSL 함량은 30.09∼93.66μg/g으로 나타났다. 그 중 참흑치마는 93.66μg/g으로 높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재배종에 비해 야생종 상추나 근연종은 BSL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국내외 수집 자원에 대한 BSL 함량을 평가하고 고함량 우수자원의 교배 모본으로의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BSL 함량이 높은 기능성 상추 품종 육성 연구를 추진 중이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신선하고 안전하며 손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선편이 채소의 대명사 상추. 다양한 형질의 맞춤형 상추 품종 육성 연구는 안정적인 상추 생산과 이용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본초강목’에는 상추가 가슴에 뭉쳐진 기를 풀어주며 막힌 경락을 뚫어준다고 기록돼 있다.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성 채소로 오래전부터 이용된 상추가 기능성 품종 육성을 통해 각종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로 고통 받는 현대인들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장윤아<농진청 원예원 채소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