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공존하는 사과 거름주기 체계
환경과 공존하는 사과 거름주기 체계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2.01.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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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원관리, 만연한 과다시비 … 생리장해·온도변화 취약
유기질비료 사용 등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 중점둬야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의 근본정신에 하늘과 자연, 사람이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디지털 농업 시대에도 통용된다. 최근 환경부에서 주변 과수원에서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원 문제를 해결하고자 환경기초 조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과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오염원 중 상당 부분이 강우로 인한 토양의 양분용탈 문제를 포함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토양의 양분이 빠져나가는 양분용탈 현상은 농가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과원이 경사지에 있거나 땅이 거름기를 지니는 힘(보비력)이 취약한 농가라면 나무 생육에 쓰여야 할 토양 양분이 하천이나 지하수로 유실되어 과원 관리에 지장을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과원에서 통용되는 거름주기 체계는 밑거름과 웃거름, 가을거름으로 구성되며, 추가적으로 생육기에 양분 결핍이나 나무 세력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한 엽면시비 등이 포함된다. 비료를 주는 행위는 나무가 자라는데 필요한 양분을 부족한 토양에 공급해주는 것으로 농가의 입장에서는 필수적인 과원관리 요소이다. 적절한 양분은 나무의 생장과 과실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나친 비료주기는 나무를 연약하게 만들어 생리장해가 발생하거나 외부의 온도 변화에 취약하게 하거나 병해충에 민감하게 하는 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한편, 오늘날의 사과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새로운 도약을 서서히 준비하고 있다. 자동화, 기계화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과원 플랫폼 구축 등 다가올 미래에 걸맞은 여러 연구와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우리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미래 사과산업의 기반을 탄탄히 준비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들 스스로 먼저 ‘과연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걸맞은 미래가치와 농업정신을 고민하고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과 함께 기존에 당연시 여겨왔던 과원 생산목표들을 새롭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지금까지 만연해있던 과다시비에 대한 문제인식을 함께 다루어 볼 필요가 있다. 양분용탈 현상이 드러내는 것처럼 나의 과수원은 인접한 농가와 주변환경 생태계까지 모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전체적인 안목을 조금씩 갖추어 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과다시비 지양을 위해 농가에서 당장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항으로는 나무의 세력 회복 등 특별한 목적을 제외한 속효성비료의 사용 지양, 화학비료를 대체하는 유기질비료 사용, 미숙보다 완숙 퇴비 주기 등을 통한 토양, 뿌리 환경의 점진적인 개선을 들 수 있겠다.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다분히 미래지향적 구호에 불과했을지 모르나 이젠 서서히 필수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농산업에서의 환경 의식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 자체보다 ‘사람’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껏 과원의 경우에도 ‘유기농업’이나 ‘저농약’, ‘친환경인증’ 등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유용한 인증수단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하고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올림픽 금메달처럼 결과만 중시하던 기존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결과물만큼이나 과정이 중요한 시대이다. 앞으로 우리 사과산업이 환경과 함께하는 의식함양을 계기로 더욱 내실 있게 새로운 면모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이영석<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