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꽃 피는 봄, 위기를 기회로
감귤 꽃 피는 봄, 위기를 기회로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3.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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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극복할 과제이면서 하늘이 준 ‘기회’
겨울 기온상승 동해위험 낮춰 품종 다양화 증진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한 고강도 거리두기로 모든 것이 멈춘 듯하지만, 계절은 어느새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봄이 왔다. 감귤도 다시 싹을 틔우고 꽃이 피어 만개할 것이다. ‘꽃 피는 봄’은 매년 반복되지만 꽃 피는 시기는 해마다 다르다.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그 해의 기상 조건에 의한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에 의한 점진적인 변화이다.

원예 분야의 연구 주제가 기후변화에서 스마트팜으로, 다시 디지털농업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 기후변화가 이제는 진부한 주제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코로나19의 SARS-CoV-2 바이러스가 중국과 인접 국가의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된 바와 같이, 기후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여러 분야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원예 연구의 주제가 기후변화로부터 스마트팜을 거쳐 디지털농업으로 전환된 것은 기후변화가 진부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이 맞겠다.

감귤연구소가 발표한 노지온주의 생물계절 변화를 보면, 과실 생산의 시작점인 싹이 튼 시기와 꽃이 핀 시기가 지난 60년에 걸쳐 매년 0.5일씩 앞당겨졌고, 최근 10년 사이 그 속도가 연간 1.4일 수준으로 급격해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감귤의 발아기와 만개기는 착과, 과실 발달, 수확시기 등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후변화로 인한 발아·만개기의 변화는 그 자체로의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과실 생산 전반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싹이 트고,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늦서리와 봄 저온 피해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발아한 순이 정상적으로 꽃과 과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조기에 떨어지는 피해도 증가할 수 있다. 또한, 겨울철의 기온 상승은 꽃가루 형성, 수정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안정적인 감귤 생산을 위협하는 병해충 발생에 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고 보고되었다.

겨울철의 기온 상승은 눈의 내부적인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귤의 눈은 고온 축적을 통해 봄이 왔음을 감지하여 꽃눈 분화를 멈추고 싹 틔울 준비를 한다. 이러한 눈의 고온 축적은 겨울철의 기온이 상승한 만큼 일찍 시작되기 때문에 겨울철 기온 상승은 꽃 피는 시기뿐만 아니라 개화한 꽃의 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최종적인 과실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겨울철 기온 상승이 감귤 재배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감귤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이지만, 기후학적으로는 감귤 재배의 북방 한계에 근접해, 주로 내한성이 강한 온주밀감이 재배되고 있다.

따라서, 겨울철의 기온 상승은 감귤 재배의 제한 요인인 동해 위험을 낮춰 재배 지역의 확대와 품종 다양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감귤연구소는 2.8%에 불과한 국내 품종 점유율을 2029년에는 2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육종부터 병해충 및 재배 관리, 품종 보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그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겨울철 기온 상승이 감귤 생육과 재배에 대한 양면성을 갖는 것과 같이, 기후변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이면서 동시에 인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말 그대로 ‘하늘’이 준 기회일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지(奇智)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박요섭<농진청 원예원 감귤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