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작물 경쟁력 높이는 육종 연구
약용작물 경쟁력 높이는 육종 연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1.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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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 차원 다양한 유전자원 우선 확보해야
수입품종 혼용 등 문제 해결 … 소비자 신뢰 중요

최근 웰빙문화가 확산하며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등의 천연물 원료인 약용작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증가에 비해 국내 약용작물의 생산(공급) 기반은 부족한 상태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약용작물은 60여 품목으로 그 중 32품목은 국내 육성 품종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품종이 적어 품종 보급률은 2020년 기준 21.7%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약용작물은 품질이 불균일한 재래종·야생종을 자가 채종하거나 수입한 종자로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28개 작목은 개발된 품종이 없어 기원이 불분명한 재래종과 수입종이 혼재되어 있다. 이는 품질 표준화와 안정 재배에 걸림돌이 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래에는 국가 간 농산물의 교류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으며 식량안보와 유전자원 확보 차원에서도 우수한 약용작물 품종 개발과 보급은 매우 중요하다. 2018년 8월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자원으로 기능성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 등의 연구개발·상품화를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유전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해외에서 들여온 작물이나 품종을 재배해 식품이나 의약품을 만들어 돈을 벌면 일정 금액을 해당국에 제공해야 한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약용작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선적으로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품종 육종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육종은 우수한 형질의 작물을 개발하는 기술로, 식물체 간 교배를 통해 여러 개체들을 얻고 재배과정을 거쳐 우수개체를 선발하기 때문에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 이상이 소요된다. 최근 급속하게 발전한 생명공학 기술과 전통육종 기술을 접목하고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서 육종연한을 단축할 수 있도록 디지털 육종 기술 개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육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분자표지 활용과 반수체 육종이 있다. 분자표지는 작물 DNA 정보를 분석해서 앞으로 나올 식물체의 특성을 조기에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종자를 파종하고 하나하나 심어서 식물체 특성을 보지 않아도 특성을 예측할 수 있어 육종가가 원하는 식물체를 조기에 선발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품종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전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약용작물 재배에 필요한 토지와 노동력 절감도 가능하다. 이 뿐만이 아니라 분자표지를 한약재 원료판별에 활용하면 국내 한약재 시장에서 발생하는 국내 품종과 수입 품종의 혼용·오용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여 안전성을 확보하고 소비자의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약용작물 품종 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은 우수한 계통을 신속하고 다양하게 육성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약배양 및 소포자 배양을 통해서 단기간에 유용형질을 고정하는 반수체 육종은 매우 중요하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최근 도라지 반수체 유도에 성공한 바 있으며 더덕 등 다른 약용작물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자가불화합성, 웅성불임성을 활용한 일대잡종 품종 개발 기술을 확립하고 유전적으로 순도가 높은 종자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채종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로 우수 품종과 우량 종자를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면 농가 소득 증대뿐만 아니라, 약용작물 산업의 발전과 대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허윤찬<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