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병 진단하는 병원이 있다
식물도 병 진단하는 병원이 있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1.18 1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농촌진흥기관·국공립대학교 등 식물병원 역할
식물에 문제 생기면 사람·동물에 영향 끼쳐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받고, 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서 수의사에게 진료 받는다. 그럼 식물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까? 식물을 사랑하고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보았을 고민일 것이다. 식물병도 고쳐주는 곳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물병을 진단하고, 방제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있다. 이러한 식물병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전국에 있는 농촌진흥기관과 국·공립대학교, 농업계열 대학에 속한 식물의학과, 식물의학연구소, 나무병원 등일 것이다. 예전에는 농생물학, 식물보호학, 산림보호학 등으로 알려졌던 학과들이 최근에는 식물의학과로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도시농업 등이 활발해지면서 식물에 대한 인식도 점점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흔한 식물이었다라고 하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교감하기 위한 식물로 인식하고 있다.

얼마 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반려식물’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반려’라는 단어를 식물에도 붙인 것을 보니 새삼 사람과 식물 간의 관계가 얼마가 변화했는가 생각하게 됐다. 아끼는 식물 혹은 소중한 작물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자.

농촌진흥청에서는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을 운영한다. 이는 재배하는 작물에 이상증상이 생기면 문의하는 접수처와 같은 곳이다. 이곳에 접수된 내용은 전문분야에 따라 병, 해충, 바이러스, 생리장애 등으로 나뉘게 되고 그 분야의 전문의들이 진단을 하게 된다. 의뢰인이 남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상증상의 원인을 밝히고 관리방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사진만으로 부족할 경우, 시료를 받아 정밀진단을 한 뒤 정확한 병명을 알려주고 처방방법을 제시한다.

각 시·군의 농업기술센터, 도 농업기술원 등에서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공립대학교의 식물의학과에서도 정해진 절차를 통해 시료를 받고, 진단, 처방을 하기도 한다.

식물의학 분야는 사람과 동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달리 해봐야할 것 같다. 사람과 동물이 살기 위해서는 식물(작물)이 필요하며, 그 중요한 공급원(식물, 작물)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사람, 동물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는 물 부족뿐만 아니라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도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식물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아프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

2020년은 유난히 어려움이 컸던 해였다. 사람에겐 코로나 바이러스가, 동물에게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식물도 과수화상병, 이상저온과 50일 이상의 장마로 인한 병해충 피해가 컸다. 앞으로도 기후변화와 돌발 병해충의 발생으로 작물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작물(식물)이 아프거나 이상증상을 보이면 즉시 식물병원으로 의뢰해보자. 그리고 전문분야의 식물의사에게 그 원인을 규명하고 예방책과 관리방안을 이용하여 피해를 최소화 해보자. 이러한 진단결과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되면 의사들은 이를 분석하여 어느 시기에 어느  작물에 어떤 병이 발생할지를 예측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되고, 이를 활용하여 병해충 관리와 작물 재배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할 것이다. 또한, 원인을 진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식물의사’, ‘식물병원’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사용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

■백창기<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