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배로 젊은 소비자 사로잡자
젊은 배로 젊은 소비자 사로잡자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11.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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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과 생산 배 소비 주춤하게 해
젊은층 대상 소비위해 신품종 보급 늘려야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과일을 순서대로 5개만 꼽아 보라면 어떻게 말할까? 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해 조사된 바에 의하면 2018년에는 사과, 수박, 귤, 포도, 복숭아 순이었고, 2019년에는 배가 복숭아를 앞질러 5위를 차지했다. 배의 경우,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선호도가 떨어져 2019년 20대의 배 선호도는 4.2%에 지나지 않았다.
이 결과가 세대가 더 어려질수록 배를 덜 좋아하게 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볍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나라 슈퍼에서 제일 가격이 비싼 배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연한 갈색 빛깔에, 모난 곳도 처진 곳도 없으며 아기 머리만한 크기의 신고 과실. 제수용으로 판매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런 배가 과연 젊은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일까? 사실 신고 품종은 10월 상순경이 숙기인 중만생종이다.

그런데 1990년에서 2090년 사이에 추석이 언제 있는지 살펴본 결과, 9월에 추석이 있을 확률은 10월 상순 추석이 있을 확률보다 3.3배 이상 더 높았다. 또한, 배를 재배하시는 분이라면, 꽃이 핀 직후에 과실 크기를 키우고, 당도를 높이거나 예쁜 과형을 만드는 농자재란 농자재는 모두 구해서 온갖 정성을 쏟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베렐린을 사용하게 되면 기능성 물질 함량 등 과실 품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폐해도 있을 뿐더러, 이렇게 만들어진 대과(大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에서 2018년 배의 유통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 배를 구입할 때는 제수용이건 가정 소비용이건 모두 맛있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배 과원이라면 너나할 것 없이 재배하고 있는 신고 품종의 경우 과실 크기가 커야만 당도가 높아지며, 소비자들도 이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배 소비를 주춤하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총 가구 수의 30%에 달하는 젊은 1인 가구는 큰 배를 사서 한 번에 다 먹는 것과 보관 등으로 인해 배 소비가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딱 한 가지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배를 다시 먹게끔 만들려면, 지금 행해지고 있는 보편적인 노선인 추석 등 명절 대목에 대과 판매하기를 탈피하고 새로이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젊은 소비자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므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품종 배 재배를 늘려야 한다. 황금배와 원황 등의 품종은 오래 전에 육성됐으나, 품질이 우수하여 중국 등에서도 재배하여 국외 시장에 수출한다. ‘한아름’ 품종은 8월 중순이 숙기이므로 무더운 여름날을 공략하기가 좋으며, ‘신화’ 품종은 신고와 과중이 비슷한데다 제철인 9월 중순경에 수확하여 추석 제사상에 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조이스킨’, 씨가 없어 편리한 ‘센스올’ 등 훌륭한 품종들이 육성되고 있다.
분주했던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고, 지금쯤 많은 분들은 내년을 기약하면서 준비하고 계실 것이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올 초 이상 저온 때문에 마음이 힘드셨겠지만, 배라는 과일만이 가진 특색을 이용하여 젊은이들의 소비 경양의 니치(niche, 틈새)를 공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Z세대뿐 아니라 이제 태어나는 갓난아이들에게까지도 계속 사랑받는 배 산업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수현<농진청 원예원 배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