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 소실은 인간과 식물, 병원체 질서 파괴해
생물 다양성 소실은 인간과 식물, 병원체 질서 파괴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9.07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물종 열대지역 74~84% 추정 … 매년 파괴속도 급증
관목지·울타리 등 생물다양성 파괴 원인

생물 다양성이 높으면 새로운 병의 기주(숙주)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토착병과 새로 출연하는 병의 전염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감자가 도입된 이후 역병이 발생하기 100여 년 전까지 ‘아이리쉬 럼퍼’라는 한 품종만을 재배하였는데, 1845년에 역병이 발생하여 그해 감자 생산량의 반이 폐기되고 이후 7년간 생산량이 4분의 3으로 줄면서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100만 명이 죽고, 100만 명 정도는 가난을 피해 영국 또는 북미대륙으로 이주하였다.

이처럼 한 작목에서 단일품종을 재배하면 바이러스병이 발생할 경우 이 작목 전체가 피해를 받아 식량공급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반대로 유전적으로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게 되면 일부 품종에서만 바이러스병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목 전체가 피해를 보지는 않는다. 이것이 농업 생태계에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이란 ‘육상, 해상 및 그 밖의 수중생태계와 이들 생태계가 부분을 이루는 복합생태계 등 모든 분야의 생물체간의 변이성을 말하며, 이는 종 내의 다양성, 종간의 다양성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 의하면 지구상 생물 종의 분포가 열대지역에 74~84%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개발도상국에 주로 속해 있는 열대우림은 최근 해마다 그 파괴 속도가 급증하여 1985년까지 매년 약 0.6%(약 1,120ha)가 감소하고 있고 특히 1990년에는 1981년에 비하여 1.5~2배로 급격히 감소하였다고 한다.

생물다양성의 주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는 병 발생을 조절하는 것이다. 특정 병원체의 숙주가 아니거나 최적의 숙주가 아닌 식물은 특정 병원체의 침입을 받더라도 전염은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생물의 다양성이 높으면 병 전염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준다.

지난 50년간 인간의 활동으로 생물의 서식처와 다양성이 감소되고 동시에 새로운 전염성 질병이 빠른 속도로 출현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저항성 품종을 숙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 유전체의 변이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저항성 유전자를 보유한 식물체를 감염시키기 위해 변이를 일으키게 되면 바이러스는 원래의 숙주에 대한 병원성이나 전염력이 약하게 된다. 만약 다양한 식물이 있어서 적절히 감염시킬 식물이 있다면 굳이 저항성 품종을 감염시키기 위해 기존의 전염력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는 얘기이다. 결국 생물다양성 파괴는 바이러스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작물 바이러스병의 출현은 복잡한 과정으로 야생 숙주, 재배 숙주, 매개충 및 생태계 변화의 상호작용의 영향을 받고 있다. 비록 세계적으로 그 동안의 연구 자료는 많지 않지만 현재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생물다양성의 소실은 바이러스병의 발생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관목지, 울타리, 풀이 많은 들판 같은 준 자연적 서식처의 파괴는 생물 다양성을 잃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준 자연적 녹지를 증가시켜 농경지의 이질성을 높이면 생물 다양성 소실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넓은 지역의 경우라도 재배지 크기를 작게 함으로써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준 자연 서식지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만큼 생물 다양성에 유리하다고 한다.
경작지 주변의 경계에서 자라는 병원체 또는 병 매개충의 기주가 아닌 잡초들은 적당히 남겨두어서 완충지대를 두는 것도 바이러스병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지금은 경작지 주변 한 편은 잡초들에게 양보하는 배려도 필요한 시대이다.

■정봉남<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