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유전자 교정기술, 어디까지 왔나
과수 유전자 교정기술, 어디까지 왔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0.08.3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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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병 감수성 품종 ‘후지’ 이용 연구
이탈리아, 유전자 고정 편집 화상병 발현 억제

기후변화로 인한 수자원 부족과 경작지 감소, 인구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농업 환경 개선과 새로운 육종 기술을 이용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연구기관에서는 선발육종, 교배육종, 돌연변이육종을 거쳐 외부 유전자를 도입하여 새로운 형질을 발현하게 하는 유전자 변형 기술, 최근에는 유전자 교정 기술까지 다양한 육종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중 유전자 교정 기술은 식물 유전체의 특정 부위를 교정하여 원하는 특성만을 정확하게 개량할 수 있는 정밀육종 기술이다. 자연 상태의 돌연변이 육종과 유사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작물의 안전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무작위로 유전자의 변화가 일어나는 전통육종과 비교하면 유전자 교정 기술은 경제적이며 정확하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기술과 비교했을 때 외부 유전자의 도입이 없다는 점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수 분야에서도 생산성 향상과 병 저항성 품종 개발을 위해 유전자 교정 기술을 적용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화상병은 사과나무, 배나무 등에 감염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확산 속도가 매우 빨라 검역병해충으로 관리하고 있는 세균병으로, 감염된 나무가 발견되면 반경 100m 이내의 개체들은 모두 폐기해야하며, 발병지역에서는 5년간 해당 과수나무를 심지 못해 농가에 극심한 피해를 남긴다. 이탈리아의 농업기술연구소는 사과 ‘골든 딜리셔스’품종의 원형질체를 이용하여 화상병에 감수성인 유전자를 교정 기술로 편집하여 유전자의 발현 억제를 확인하였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에서는 화상병에 감수성 품종인 ‘후지’에서 유전자 교정 연구를 진행 중이다.

포도와 감귤도 연구가 활발하다. 포도나무에 발생하여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히는 흰가루병은 곰팡이균에 의해 감염된다. 이탈리아의 농업기술연구소에서는 포도 ‘샤도네이’ 품종의 원형질체를 이용하여 흰가루병에 감수성인 유전자를 교정 기술로 편집, 유전자의 발현 억제를 확인하고 재분화 식물체의 확보를 위해 연구 중이다. 감귤 궤양병은 오렌지, 레몬과 같은 감수성 품종에서 피해가 크기 때문에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검역 대상 병해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중국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감귤 궤양병에 감수성인 유전자에 교정 기술로 돌연변이를 유발하게 되면 유전자 발현이 활성화되지 않아 저항성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병저항성 과실은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소비자의 건강에도 이롭고, 생산성의 증가로 재배 농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한 작물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첫 번째 과제는 과수 원형질체에서는 병에 대한 감수성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원형질체로부터 재분화된 식물체를 얻어 과수로 육묘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유전자 교정 작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2016년 4월 미국에서는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여 갈변되지 않는 버섯을 개발했는데 미국 농무부는 해당 버섯에 대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시장과 소비자의 반응은 유동적이어서 유전자 교정 작물이 시장에 들어서는 데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교정 기술 같은 농업의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김세희<농진청 원예원 과수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