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저온 피해 대책 마련 시급
배 저온 피해 대책 마련 시급
  • 김수은
  • 승인 2020.04.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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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70% 경기동부지역 90% 이상 피해
원예농협, 인공수분·수세 관리 등 철저한 재배관리 당부
지난 5~6일 이틀간 발생한 이상저온으로 전국 곳곳의 과수원이 냉해피해를 입은 가운데 상주원예농협 이한우 조합장이 상주시 공검면 일대의 피해를 농원에서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지난 5~6일 이틀간 발생한 이상저온으로 전국 곳곳의 과수원이 냉해피해를 입은 가운데 상주원예농협 이한우 조합장이 상주시 공검면 일대의 피해를 농원에서 조합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지난 5~6일 이틀간 나타난 이상 저온현상으로 배 저온 피해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농식품부와 농협의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6일 일일 최저 온도가 영하 4℃까지 내려가면서 경기, 충청, 전남, 경북, 경남 등 전국에서 4387㏊ 규모의 배꽃이 어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센터와 각 지역 원예농협에서는 봄철 이상저온에 대비해 기상청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최저기온이 영하로 예측될 경우, 과수 농가에서는 방상팬 등 서리피해방지 시설을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발생한 과원에서는 2~3회 인공수분을 실시해 늦게 핀 꽃이 열매를 맺도록 지도하고 있다.

또한, 피해 발생 이후 관리를 하지 않게 되면 이듬해 피어날 꽃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꽃가루를 이용한 인공수분, 수세 관리, 병해충 방제 등 재배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

피해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천안 88㏊, 안성 107㏊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현재 해당 지자체들은 피해 상황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경기, 안성 지역은 따뜻한 날씨로 인해 배 과수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빨라졌으며, 최근 발생한 이상저온 현상으로 배 꽃(약 905ha)이 냉해를 입었다.

안성에서 배 농사를 짓는 김길남 씨는 “2년 전에는 저온 피해가 공도 등 일부 지역에 발생했으나 중리동에 위치한 우리 과수원뿐만 아니라 안성 전역의 배 농가 모두 저온 피해를 입었다”며 피해 상황을 전했다. 

안성원예농협 홍상의 조합장은 “올해 배 농사를 포기한 농가들도 있을 정도로 올해 저온 피해는 심각하다”며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방치하기보다 2~3회 인공수분을 실시하고 병해충 방제도 꾸준히 하며 늦게 핀 꽃까지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를 비롯해 상주지역 등 대부분의 배 주산지 농가 역시 피해를 입었다. 나주 지역 배농가(7,000평 규모)도 “이번 동해로 과원의 70%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추가로 개화되는 것 역시 기대는 낮다”면서도 “지금이라도 늦게 개화하는 나무의 결실률을 높이기 위해 나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긴급하게 농자재를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복수의 농가들은 “코로나19에 이어 이번 동해피해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며 “피해를 입었다고 과원을 방치하면 내년 이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무이자 자금을 지원하는 등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도록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호소했다.

표본조사를 모두 완료한 경기동부과수농협에서는 배 농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대책 마련 요청했다. 경기동부과수농협 허환 상무는 “90% 이상 저온 피해가 발생한 경기동부 지역 배 농가에서는 농자재지원보다 배 농가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무이자자금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 농가에는 일주일 정도 경과한 후 남아있는 꽃에서 인공수정을 시켜서 수세를 안정시키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며 “영양 회복을 위해서 아미노산제를 주고 벌을 유인할 수 있는 호르몬 물질 유인제 살포를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저온 피해가 큰 안성 지역을 방문한 농식품부 윤석중 사무관은 피해 농가들의 대책 마련 요구에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농협과 협의해 착과수 조사를 최대한 빨리 시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피해농가에 대해서는 무이자 자금, 생계비지원, 농약대 지원 등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 강승규 서기관은 “보험가입한 농가들이 적과가 끝난 후 조사를 완료해 7월경에나 보험료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천병덕 팀장은 “매년 저온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영하 5~7도에서는 왕겨 태우기나 방상팬 가동은 큰 효과가 없어서 근본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착과가 되더라도 배 품질에 문제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한 결실을 시켜 정형과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으며, 피해를 많이 본 지역에서는 수세안정을 위해서 결실을 시키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이번 배 저온 피해와 관련하여 농협케미컬을 통한 착과 영양제 50% 할인공급, 피해복구 지원 예산 30% 선지급, 피해규모에 따른 무이자 자금 지원, 피해 축소를 위한 꽃·열매솎기 조정 지도 및 추가 수분작업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지난 8일 안성과 평택 등 저온 피해 현장을 방문한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은 농업인을 위로하고 피해 복구를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갑작스러운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한 과수농가 등의 피해가 전국적으로 심각해 우려가 크다”며 “농협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 복구와 농업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