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수확 기계화 현황과 전망
고추 수확 기계화 현황과 전망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9.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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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추재배면적 감소 생력화 요구 증대
집중착과·성숙 탄저병 저항 품종 개발해야

고추는 우리나라 채소 생산액 11조 원 중 약 1/10을 차지하는 중요한 채소작목으로, 독특한 색과 맛이 있어 우리나라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연간 1인당 고추 소비량은 고춧가루 기준 3kg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고추를 소비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줄어 자급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고추 재배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10a당 투입되는 노동비를 분석해보자. 벼의 경우 생산비 중 노동비 비율이 1991년 53.5%에서 2018년 39.0%로 줄었지만, 고추는 68.1%에서 74.6%로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는 정식부터 수확까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전체 노동시간 중 수확 비중이 32%로 매우 높아 오래 전부터 생력화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가 있어 왔다.

고추 수확 기계화를 위해서는 현재 재배하는 방식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계 수확에 적합하도록 동시에 열매가 성숙되는 품종, 성숙된 고추를 수확할 수 있는 기계, 개발된 기계에 적합한 재배 기술과 고추 재배지 기반 정비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농촌진흥청에서는 한 번에 수확이 가능한 품종, 수확용 기계, 기계화에 적합한 재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추 기계수확이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제한 요인이 있는데, 우선 고추는 순차적으로 분지가 생기고 꽃이 핀 후 열매를 맺는 생태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열매가 달려서 익는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일부 한꺼번에 열매가 맺히는 품종들이 있으나, 우리나라 시판 품종과 비교하면 수량이 적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에서 바로 심기는 부적합하다. 한편 고추는 한창 생육이 왕성한 7~8월 잦은 비바람 때문에 고추가 쓰러지지 않도록 지주를 세워주고 줄로 묶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기계 수확을 위해서는 사전에 장애물이 되는 지주와 유인줄 제거 작업이 필요한 실정이다.

향후 고추 기계수확을 정착시키기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품종적인 측면에서는 집중 착과 되면서 동시에 성숙하며, 잦은 비바람에도 잘 넘어지지 않으면서, 탄저병 등 주요 병에 저항성이 있어야 한다. 재배적인 측면에서는 지주와 유인줄을 최소화하거나 설치, 해체가 간편한 재배 방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한 번에 수확하기 때문에 미숙과와 숙과, 줄기, 잎 등을 분류할 수 있는 선별장치가 수확기계와 함께 보급되어야 하고, 숙과와 함께 수확되는 미숙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기술, 유통방안 등에 대한 연구도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국, 중국 등과 같이 평지의 넓은 면적에서 고추를 재배하여 한 번에 기계로 수확할 수 있는 밭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민간회사에서 개발 중인 고추 수확 기계는 수확률이 90% 이상으로 2014년 처음 기계를 개발했던 당시보다 성능이 매우 높아졌다. 품종, 재배, 가공 측면의 다양한 문제들을 점차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것도 예전처럼 힘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품종, 재배와 가공기술, 고추 밭 정비, 수확기계의 개발을 위해 산, 학, 관, 연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허윤찬<농진청 원예원 채소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