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확량 및 품질제고 효자 역할
농산물 수확량 및 품질제고 효자 역할
  • 조형익 기자
  • 승인 2019.06.1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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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 기대 높아
2014년 안동·장수 등 국내 첫 도입
수입꽃가루 대체 효과 톡톡
안동대 정철의 교수가 사과과원 옆에 조성된 밀원에서 화분매개곤충 서식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안동대 정철의 교수가 사과과원 옆에 조성된 밀원에서 화분매개곤충 서식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젠타코리아 -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

화분매개곤충인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생명이 4년 정도에서 멈춘다는 말이 회자되면서 꿀벌의 중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농산물 생산에 영향이 큰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의 수정율이 떨어져 식량 등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해지기 때문이다.
꿀벌은 꽃에 있는 꿀을 찾는 과정에서 묻은 꽃가루를 이동하면서 주변 식물의 꽃에 자연스럽게 묻히며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즉, 식물의 짝짓기가 꿀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지면 이러한 역할을 할 매개곤충이 사라져 농산물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게 돼 인류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돼 농산물의 수확량과 품질제고는 물론 생태계 복원효과까지 거두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분매개충 보존 프로그램 안정화되면서 농산물의 생산성 증대 등 경제성까지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이란
서식처 조성 3년 후 벌 개체 수 6배 증가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이란 농경지의 화분매개곤충의 수를 늘리기 위해 필수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물다양성 프로그램이다. 글로벌기업 신젠타가 2001년부터 전 세계에 시행하고 있는 착한성장계획(Good Growth Plan)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다.
화분매개충 보존 프로그램을 통해 꿀벌 등 매개곤충의 서식처가 조성되면서 생물다양성 증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통해 영향을 받은 면적이 2018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3백만ha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유럽 18개 국가 및 미국, 캐나다, 브라질, 인도, 중국, 일본, 한국 등 약 25개 국가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신젠타가 자체 개발하고 과학적인 연구 및 10년 이상의 현장실증을 통해 검증된 화분매개충 보존 프로그램은 현지 여건에 맞는 다양한 꽃들을 농경지 및 주변 공간에 식재함으로써 밀원이 풍부한 화분매개곤충 서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행한 유럽의 경우 서식처 조성 3년 후 벌 개체 수가 6배 이상 증가했고 나비개체 수가 12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는 현재까지 약 2,500명의 농업인들이 화분매개충 보존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고 있다. 또한 참여 농업인들은 유럽의 환경친화적인 작물 생산 기준에 따른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화분매개충 보존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는 안동대 정철의 교수(안동대 농업기술연구소장)은 “화분매개는 매우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라며 “화분매개 서식처의 조성은 환경 친화적이며 고품질 농산물 생산의 기본 조건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기초를 다지는데 지역과 산업체가 협력하고 대학이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 공동체 발전은 물론 우리 농업의 미래 전망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며 “지역 대학생들에게 글로벌 기업과 연계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 청년들의 진로 개척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안동시 길안면에 조성된 화분매개곤충 서식지로 조성된 유채꽃밭은 꿀벌 등의 중요한 서식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관광지 역할도 하고 있다.
안동시 길안면에 조성된 화분매개곤충 서식지로 조성된 유채꽃밭은 꿀벌 등의 중요한 서식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관광지 역할도 하고 있다.

밀원 풍부한 유채, 해바라기 등 11종 식재
마을 사과농원 결실 증가 눈에 띄어

화분매개곤충 보존 프로그램은 2014년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신젠타코리아가 안동대학교와 협력해 안동 길안면 사과 재배 마을에서 시작하면서다. 이후 경기도 이천 복숭아 재배 마을 및 전북 장수 사과 재배 마을 등에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월 신젠타는 안동시 길안면 및 안동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와 화분매개친화형 농업을 위한 산학관 3자 업무협약식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 체결로 생태계 복원은 물론 환경친화형 농업분야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협약을 통해 참여 기관은 화분매개친화형 농업 생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화분매개 서식처 및 공원 조성, 화분매개 곤충의 보호 및 활용, 화분매개를 통한 농산물 생산 증진 등에 관한 기작 연구 등의 활동에 상호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안동시 길안면 김진환 면장은 “이번 업무협력을 통해 길안면이 화분매개 친화형 농업 생산 모델 지역으로 거듭나 지역 농업 발전 및 농촌 어메니티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현재 조성된 면적만으로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순차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 길안면에 조성된 꽃 종류는 밀원이 풍부한 유채, 해바라기, 메밀, 코스모스, 국화 등 11종이다. 조성 면적은 현재 3만9,669m²(1만2천평)에 달한다. 길안면은 현재 조성된 규모를 순차적으로 5만평 규모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환 면장은 “우리지역의 농업 중 사과농업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경제에서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화분매개 곤충인 꿀벌의 서식처가 마련되면서 오염되지 않은 화분으로 사과의 수정률 높이는 것은 물론 사과의 당도, 색택 등 품질을 한층 향상시켜 소비지에서도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고 했다.
길안면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대구경북능금농협 조욱제 조합원(길안면 주민자치위원장)은 “마을 인근에 화분매개곤충 서식지가 마련되면서 올해 결실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띌 정도”라며 “인근 주민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 같아 이 사업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제가치 전 세계 560조, 국내 6조원대
2020년까지 80ha 확대

농원 주변에 조성된 꿀벌 등 매개곤충의 서식지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인공수분의 의존도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최적의 농업환경을 만들고 있다. 정철의 교수는 “최근 품질이 낮은 수입산 인공수분용 꽃가루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수정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병해충의 감염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매개곤충의 훌륭한 서식처가 마련되면서 양질의 꽃가루를 생산, 품질이 낮은 수입산 꽃가루를 대체하고 환경오염 등으로 감소하고 있는 꿀벌 등의 훌륭한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꿀벌 등 매개곤충이 활발히 활동하면서 경제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정 교수는 “2016년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화분매개곤충이 농작물 생산에 기여한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면 전 세계적으로 560조, 국내는 6조원에 달할 만큼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방울토마토의 경우 생산량이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농업환경 및 생태계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까지 전국 약 43ha에 화분매개곤충 서식처는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0년까지 화분매개 서식처의 영향을 받는 면적을 80ha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학관 업무협약으로 활발한 연구 기대
서식처 및 공원 조성으로 농촌활성화 기여

 
산학관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화분매개충 보존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젠타코리아 박진보 대표이사는 “농경지 내 화분매개 서식처 조성은 전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신젠타 착한성장계획의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주요 활동”이라며 지속가능한 농업에 기여하기 위해 학계 및 농업인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동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는 지난 2018년 교육부 지정 이공계대학 중점연구소로 선정돼 ‘3P 화분매개 네트워크’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정철의 교수는 “산학연이 함께하는 협약이 체결되면서 화분매개 서식처 조성 및 관리 기본 계획, 생태적 영향 연구 및 분석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행정기관에서 꽃의 종자를 무료로 공급해 마을의 집집마다 꽃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고 꽃이 피는, 찾아오는 과수원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