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묘목에도 건강검진 필요해
과수 묘목에도 건강검진 필요해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6.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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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봐
바이러스병 대응, 예방 최선

요즘은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가 함께 건강 검진을 받고 각자 건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결혼 생활이기에 이 같은 건강 검진은 각자의 건강함을 서로에게 확인시키는 동시에, 난임·불임이나 유전적·전염성 질병 등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마찬가지로,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건강검진 서류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의 큰 이유 중 하나가 병 때문이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입양 반려동물의 건강은 새로운 가족의 선택에 있어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농작물의 경우는 어떨까? 농작물에도 많은 종류의 병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종자를 사용하는 채소작물이나 구근 등 영양체를 사용하는 화훼·감자 등의 작물은 재배 기간이 1년이나 수년 이내로 짧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병에 감염되어도 피해가 그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재배 초기 단계부터 무병 처리가 된 종자나 영양체를 사용함으로써 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재배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

그렇지만 사과, 배, 포도 등 오랜 기간 동안 재배해야 하는 과수는 얘기가 다르다. 채소작물과 달리 그동안 묘목 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수에 발생하는 바이러스 병은 사람의 만성 질병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종류가 많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나무는 잘 자라지 못하고 다른 병해충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더 쉽게 받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과일의 품질이 떨어지고 수량도 줄어든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가 과수 묘목 건강 검진의 필수항목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바이러스 병에 대한 치료제는 아직 개발된 것이 없다. 수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바이러스성 감기의 완전한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은 것처럼 농작물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개발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과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은 예방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발병 초기에 정확하게 진단해서 조기에 병에 걸린 나무를 없애고 병에 감염되지 않은 무병 우량 묘목을 만들어 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셈이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등 많은 농업 선진국에서는 바이러스가 없는 건강한 우량 무병 묘목(virus-free stock)을 생산·보급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과수 우량묘목 생산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정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과수중앙묘목관리센터 등을 중심으로 고품질의 무병 묘목을 생산·유통시키는 선진 시스템을 점차 갖춰가고 있다.

무병 묘목 유통 시스템의 성공을 위해서는 생산 단계에서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관건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수 묘목의 주요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진단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탐색할 수 있는 유전자 진단 기술이 확립되어 있다. 다만, 이에 더해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요를 반영한 보다 정밀하고 간편한 현장 보급형 진단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될성부른 우리나라 과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과수 묘목 유통은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리고 이것이 과수 묘목에 건강 검진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인숙<농진청 원예원 원예특작환경과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