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는 풀, 병풀을 아시나요
병 고치는 풀, 병풀을 아시나요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5.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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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 의약품 원료 잠재성 높아
전통지식 기반 약용연구 기대

우리나라에는 ‘의식동원(醫食同源)’, 혹은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다. 질병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물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근원이 동일하며, 먹는 것이 바르지 못하면 병(病)이 생기고, 병이 생겨도 음식을 바르게 하면 병이 낫는다는 뜻이다. 의술이 뛰어나 의성(醫聖)이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은 곧 약과도 같다”라는 뜻으로 먹은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병풀(Centella asiatica L.Urban)은 산형과에 속하는 다년생 포복성 초본으로 맛이 나지 않고 냄새가 없는 무미, 무취의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을 치료하는 식물이라고 해서 병풀로 불리며 적설초, 고투콜라(Gotu kola), 호랑이풀(Tiger grass) 등의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예로부터 스리랑카 원주민들은 장수하는 동물로 알려진 코끼리가 병풀을 좋아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수명 연장과 신진대사 촉진 효능이 있는 약초로 병풀을 이용해왔다. 인도에서는 호랑이가 상처를 입었을 때 병풀 밭에서 몸을 굴려 상처를 치유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한방에서는 풀 전체와 뿌리, 열매를 피부병, 각혈, 해열, 이뇨제, 강장제, 음위, 관절염, 대하증 등의 약재로 이용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동양 전통의학의 많은 징후에 따라 프랑스에서 19세기 후반 처음 병풀을 받아들였다. 그 후 다양한 의학적 연구를 통해 피부 상처, 만성궤양, 관절염, 각혈, 나병의 치료, 해열제, 이뇨제, 강장제 등의 약재로 사용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위와 같은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현대과학에서는 피부 상처나 만성 궤양 등의 치료 효능을 가진 병풀의 주요 성분인 아시아티코사이드(asiaticoside)와 마데카소사이드(madecassoside)를 이용해 오래 전부터 피부 상처나 만성 궤양 등의 치료에 사용해 왔고, 제약회사에서는 상처치료제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병풀은 아토피성 피부염과 관련하여 가려움증 완화, 손상된 피부 회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 관련 효능뿐만 아니라 혈관 강화와 혈액 순환 촉진 기능도 지니고 있다. 체내 노폐물과 지방질 찌꺼기들을 원활하게 배설하도록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병풀은 각종 질환에 효과가 있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식품 활용의 기준이 되는 식품공전에 등재돼 일반식품으로 안전성을 입증 받은 우수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풀은 주로 고온 다습한 곳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섬, 인도양의 해안지역, 인도 남방과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부 도서지방의 저습지 인근에 적은 양이 자라고 있어 국외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현재 병풀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신선채소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 연구기관, 식의약 소재 개발 기업에서도 병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병풀은 식재료, 의약품 원료 등으로 저변확대 가능성이 매우 큰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병풀에 대한 대량생산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국민 건강 증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건강기능성 식‧의약 소재를 개발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 고치는 풀 병풀 관련 연구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

■박춘근<농진청 원예원 약용작물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