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산업의 위기시대, 농업인의 역할
사과산업의 위기시대, 농업인의 역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9.04.2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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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13% 감소에도 가격 높지않고 소비줄어
충성고객 100명 확보 각오로 고객관리 정성 기울여야

한국농촌경제원의 2019년 농업전망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사과 생산량은 2017년 54만 5천 톤보다 13% 감소한 47만 5천 톤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사과 출하량 급감에도 경락값은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나라 사과 산업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온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과일의 연간 소비량은 2009년 68kg에서 2017년 61.2kg로 소폭 감소하였다. 사과는 2015년 11.4kg까지 증가하였다가 2018년에는 전년보다 13% 줄어든 9.1kg으로 줄었다. 생산량이 13%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이 제한적인 이유는 국민의 사과 소비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사과 소비를 줄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단순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딸기, 참외 등 다른 과종보다 맛이 없기 때문일까? 수입 과일보다 가격이 높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과보다 더 맛있고 기능성 높은 과일을 소비했기 때문일까? 소비자들의 과일 선택 기준은 저마다의 기호도 식습관과 함께 자녀의 과실 선호성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은 안전성과 맛, 기능적 측면으로 귀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떤 사과를 생산해야 소비자들이 다시 사과를 선택해 줄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값이 싼 사과, 맛있는 사과, 기능성이 풍부한 사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사과, 향기가 좋은 사과, 씨가 없는 사과, 빨간색 이외 다양한 색깔의 사과를 원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바람을 읽으면서 다음 조건을 추가로 고려하면 좋겠다.

먼저, 온 국민이 1년 내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사과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농약잔류허용기준 제도(PLS)에 부합되는 사과를 생산해야 한다.

이 제도의 실행과 적용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각오로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사과는 ‘껍질째 먹어도 안전한 사과’라는 인식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한다.
둘째는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야 한다. 사과 과실의 굵기만 굵고 맛없는 사과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기 쉽다. 만약 ‘맛’과 ‘굵기’라는 이름의 토끼 두 마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고 있고, 한가지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맛’을 택해야 한다.

셋째는 인터넷, 전화 등 직거래 판매망을 조금이라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자신의 밭까지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사고자 하는 소비자는 말할 나위 없고 전화나 인터넷 주문을 통해 택배로 판매하는 소비자 등 직거래 판매선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시장개방이 되어 값싼 사과가 수입되더라도 생산자 농업인의 이름을 건 사과가 아니면 먹지 않겠다는 충성 고객을 최소 100명은 확보하겠다는 마음으로 고객관리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100명의 고정 고객은 4인 가족을 기준으로 400명의 사과 소비자가 생긴다는 말과 같다. 국민 1인당 9.1kg 연중 사과 소비량을 감안하면 4톤의 사과를 소비하는 것이 된다.

안정적인 소비처와 기본 소득 확보를 위해 조금 번거롭더라도 직거래 망을 꾸준히 유지, 관리해야 한다.

사과 산업의 전망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은 현재, 사과 산업 관련자 모두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들에게 안전한 사과, 맛있는 사과, 기능성이 풍부한 사과를 연중 공급하는 주체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나아가 사과 소비 확대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동혁<농진청 원예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