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 제도를 재점검 한다
PLS 제도를 재점검 한다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8.06.1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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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안전성의 향상을 위한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PLS)의 도입
안전과 국민신뢰 확보위한 도약의 기회 삼아야

최근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최대 화두는 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이하 PLS)라고 할 수 있다. 농정 당국은 물론 지자체와 농협 등도 이 제도의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또 이 제도 시행 시에 농민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이 제도 시행 시에 본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점차 많아지고, 일부에서는 이 제도의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배경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제도는 2011년에 당시 식약청에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추진하여 온 제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식품 중 수입 식품의 비중이 70% 수준이 넘고 있으며, 2011년 당시에도 50%이상이 수입 식품이었으므로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여 안전한 식품을 국민들에게 공급해야 하는 식약청으로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당시 EU와 일본 등의 국가가 이미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수입 식품의 물량이 많은 경우에는, 금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금지물질목록제도(Negative List System)로는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현행의 제도는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농약 성분을 정해 놓고, 그 성분들 이외의 성분은 여러 가지 기준을 적용하여, 적용된 기준 이내로 농약이 잔류하면 모든 식품이 안전하다고 인정하여 국내에 유통되도록 하게 된다.

그러나 수입국도 다양하고, 수입되는 식품류도 다양해지고 있어 국가마다 사용하고 있는 농약도 다를 뿐 아니라 어떤 농약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식품의 안전성을 농약잔류량 조사를 통해 이룰 수는 없을 뿐 아니라, 금지물질 목록에는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발암성이나 기타의 이유로 문제점이 있는 농약들이 포함된 식품류가 수입되어 유통되는 것을 완전하게 차단할 수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식약처는 2016년 12월31일부터 견과종실류와 열대과일류를 대상으로 PLS 제도를 이미 시행하게 되었고, 금년 12월 31일 부터는 이 제도를 모든 농산물에 적용하는 것으로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PLS 제도는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기준을 적용하여 안전성 관리를 하고, 기준이 없는 경우에는 일률기준인 0.01 mg/kg(ppm) 이상으로  농약성분이 잔류하는 농산물은 부적합 농산물로 간주하여 안전성을 관리하는 제도이다. 즉, 이 제도는 작물별로 농약이 등록된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고,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전혀 사용할 수도 없고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농약잔류허용기준은 특정 작물을 대상으로 사용 농약의 약효,약해시험과 농약잔류시험을 수행하여 얻어진 결과를 농촌진흥청과 식약처가 협의하고, 또 식품위생심의위원회를 통과한 후, CODEX에 보내져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인정된 후에 식약처가 고시하는 과정을 거쳐 설정되어 진다. 그러므로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된 농약은 해당 작물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농민들은 농약설명서에 농약안전사용기준이 설정되어 있는 농약은 모두 농약잔류허용기준도 설정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PLS 제도가 2019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점은 작물별로 사용이 허용된 농약의 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수도작을 포함한 주요 작물의 경우에는 농약잔류허용기준이 비교적 많이 설정되어 있어 큰 문제가 없지만, 소면적 재배작물의 경우에는 설정된 농약잔류허용기준이 많지 않으며, 아예 농약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작물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도 등록된 농약이 없어 농약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주요 작물에 대한 농약잔류허용기준은 농약회사들이 판매를 위해 시험을 하여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면적재배 작물은 농약의 판매가 많지 않으므로 농약회사가 등록을 하려고 하지 않는 것 또한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생산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재배작물의 수가 생산통계에 수록되는 재배작물의 수 보다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 만큼 소면적재배작물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런 소면적재배 작물의 종류가 다양화 될수록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이 부족해진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오래전부터 소면적재배 작물에 대한 농약잔류허용기준의 설정을 위한 시험을 꾸준히 수행해 오고 있으나, 작물 수도 점차 늘어나고 농약도 새로운 것이 국내에 도입되는 관계로 시금치나 들깻 잎 등 소면적 재배작물 중에서도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작물들에만 어느 정도 농약잔류허용기준을 직권시험을 통해 설정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소면적재배 작물에 대해서는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더 많은 소면적재배 작물을 대상으로 농약잔류허용기준의 설정을 위한 직권시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식약처와 함께 엽채류 및 엽경채류를 몇 개의 군(group)으로 나누고 각 군 별로 대표작물을 선정하고, 이 대표작물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한 후에 얻어진 결과로부터 농약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여, 각 군에 속한 작물 중 농약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작물에 적용시키려는 대표작물 시험에 의한 농약잔류허용기준의 확대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에 시험 결과가 있어야만 되므로 단 기간에 모든 것이 흡족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만 한다.

수입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로 국내의 농민들은 PLS 제도라는 유탄을 맞게 된 것은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심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농약안전사용과 관련한 기존의 제도와 법규를 개선하여 좀 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행하고 있는 잔류농약 검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 방법은 농민이 사용한 농약 성분을 검사하여 대상 농작물이 안전한지를 사후에 판단하는 것이므로, 분석 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조사 점수를 늘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농약안전 사용에 관한 교육은 물론 농민들이 농약사용일지를 작성하여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농약을 사용함으로서 본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소위 예방적 차원에서의 정책을 주로 시행하고 있다. 사후 관리 차원에서의 정책과 사전 예방 차원의 정책은 효과 측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06년 PLS 제도를 도입하기 이전에 모든 농민들이 농약사용 일지를 작성하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PLS 제도 정착의 기틀이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 모든 농민이 곧바로 농약사용일지를 작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그렇지만 최소한 누가, 어떤 농약을, 어떤 작물을 대상으로, 무슨 목적으로 구매했는지에 관한 사항을 농약판매 시에 정확하게 기록해 놓고, 또 이 자료가 해당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도 농민들 중에는 PLS 제도에 대해 교육 받은 일이 없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 시점에 농약안전사용과 관련된 농민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농약안전사용 관련 업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관하여 현장에서 필요한 농약안전사용 관련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소면적 재배작물을 처음 재배하는 경우에는 거주 지역의 농업기술센터에 필수적으로 재배작물과 관련한 내용을 신고하고, 해당 농업기술센터는 이런 사실을 지역의 농산물품질관리원 지소와 농촌진흥청의 해당 부서에 즉시 연락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같은 나라에서 수입용과 국내용으로 안전성 관련 제도를 2분하여 운영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미 시행이 예고된 PLS 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늦추기가 어렵다고 보여진다. 이미 식약처에서는 우리나라에 농산물을 포함한 식품류를 많이 수출하는 나라와 CODEX 등의 국제기구에 PLS 제도의 시행을 통보하였고, 아울러 외국의 수출 관련 기구들에도 통보한 바도 있다. PLS 제도의 전면 시행이 6개월 여 남은 현 시점에서는 이 제도가 시행되는 초기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관이 혼연 일체가 되어 새로운 PLS제도가 정착되어 안전한 농식품이 공급되어 국민의 건강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규승<충남대학교 생물환경화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