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 / 박권우<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기고(하) / 박권우<고려대학교 명예교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7.12.18 12: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가파른 고산지대의 차밭
스리랑카, 고품질 실론차 생산 노력
수확에 필요한 노동력 갈수록 감소

스리랑카(옛 이름 실론, 면적 65,000km2, 인구 2,000만, 인도 남쪽에 붙은 섬나라)에서 열린 전통의학과 보완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심포지엄(11월 23-25일)에 참가 후에 차주산지와 차박물관, 차연구소를 살펴볼 기회가 있어서 이 기회를 통해 스리랑카 차산업을 소개하기로 한다.

스리랑카의 차 재배는 영국인들이 중국에서 비밀작전을 통해서 차 종자를 가져와서 1824년에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의 식물원 온실에서 시험 재배한 것이 출발점이다. 어느 정도 재배기술이 축적되니 어린 묘목을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인도의 아쌈과 캘커터로 가져가서 재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량 상품생산은 영국인 Tayler가 실론에서 1882년부터 생산을 시작해서 1883년 10kg을 영국으로 수출한 것이 효시이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스리랑카의 차생산 대형농장이나 차 판매상에서는 테일러(Tayler)동상을 자주 목격할 수가 있다. 차산업은 스리랑카 국민총생산의 2%를 차지하며 전체 국가수출의 14%, 농산물 수출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연간 수출액은 약 15억불(2013)이며 차산업에 관련된 사람이 약 100만 정도 된다고 한다.  스리랑카 홍차는 섬 중앙에 위치한 산악지대에서 주로 재배된다. 해발고도에 따라 고산차(해발 1200m 이상, 면적의 19%), 중간지차 600-1200m, 32%), 저지대차(600m지대, 49%)로 구분되는데 고산지역 생산되는 차가 열대지방이지만 밤낮의 온도차가 있어서 품질이 가장 좋다고 한다.

중국, 인도, 캐냐 다음으로 세계 4대 차생산국인 만큼 다양한 홍차제품을 생산한다. 실론 차는 공식적으로 20여 가지로 분류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크게 홍차(black tea), 녹차(green tea), 백차(white tea, silver tea)로 나누기도 한다. 백차(실버차)는 누와라엘리야 지역의 아담스 피크(해발 2200-2500m)에서 생산되는 고산차로서 인공건조가 아니라 태양건조만을 하므로 색이 은색에 가까워서 백차라고 부른다고 하며 일반 차에 비하여 몇 배로 비싸게 유통된다. 일반적으로 4.5kg 신선한 잎으로 1kg의 홍차나 일반 차를 만들 수가 있다.
스리랑카 실론차는 2016년 288,771톤이 생산되었으며 43%가 벌크형태로, 46%가 파케트(캔, 봉지 등), 8% 티백, 2% 녹차, 그리고 1%는 인스턴트 형태로 수출되었다.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 이란, 이락, 터키, 아랍 에미르트 등이고 이들 5개국으로의 수출물량이 전체의 50% 이상이다.

▲ 장마기에도 차 수확하는 노동자들
세계인의 차 소비량을 비교하면 터키가 1인당 연간 3.157kg로 1위이고, 아일랜드 2.19kg, 영국 1.94kg 순서이다. 일본이 9위로 0.968kg, 한국은 조사된 50개국 가운데 39위로 0.169kg 소비한다. 항암작용에 관련이 있는 항산화능이 케일보다 약 4배 높은 녹차, 약 5배 높은 홍차의 소비량이 증가되면 한국인의 건강도 정비례하여 개선되리라 예상되어 차의 애용을 권장하고 싶다.

스리랑카 차 재배에서 문제되는 것은 수확에 필요한 노동력을 얻기가 갈수록 심하다는 점이었다. 일본, 중국과 달리 차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하여 잎을 손으로만 수확을 하므로 작업은 어렵고 열대지역이라 우기에 작업이 많은데다가 인건비가 싸므로 차 수확을 기피한다고 한다. 1개월간 휴일 없이 차 잎을 수확하면 우리나라 돈으로 최대 약 35만원을 손에 쥐는 정도라고 하니 이해가 간다. 최근 스리랑카의 차 생산이 줄어드는데 그 원인은 차나무의 노화(80년 이상된 나무도 있음)와 소규모 농가들이 노화된 차나무를 베고서 다시 심지 않고 다른 작물을 심는데 큰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이는 차나무를 심으면 4년 후에야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 대신 다른 경제작물 재배로 전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스리랑카에서는 차나무 수명을 50년 정도로 본다. 따라서 매년 2-3%는 재식을 해야 하는데 평균적으로 노목을 베어낸 면적의 1%만 다시 심어서 재배면적 감소의 큰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 이외에 제초제 사용을 않는데 따른 문제, 낮은 비료 사용량 등이 생산량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 2000m 이상 고산지에서 생산되는 백차
스리랑카 차연구소 견학을 통하여 역사와 연구방향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차연구소는 1925년 설립되었으며 차가공에 관련하여 건조에 필요한 대체에너지 연구(차가공의 30%가 건조에너지 비용), 토양 개량연구, 수확 및 가공의 기계화연구, 가공 품질향상을 위한 공정개발, 통합 병해충방제, 인스탄트차 개발 등을 통한 부가가치 향상, 단위 면적당 생산성 향상, 개발된 기술의 농가이전, 그리고 사회경제적 연구를 통한 근로자 복지향상  등 차산업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연구하는 국가 기관이다. 육종도 수행하여 약 60여종 품종이 재배된다고 한다. 토양 침식과 그로 인한 토양양분의 유실이 문제가 되어 완효성 비료 이용에 관해서도 심도가 있게 연구하는데 각 대학과 지역 연구소등과 긴밀한 연락을 하여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실론차는 차연구소 등 정부기관에서 품질을 조사하여 ISO 3720규정에 적합하면 국가에서 특별한 사자마크를 붙이도록 한다. 따라서 실론 차를 구입할 때 차포장지 어딘가에 라이온 마크가 없으면 이름만 실론차이지 품질이 낮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도 이점은 기억하고 구입하는 것이 고품질 스리랑카산 실론차를 즐길 수 있을 방법이라 생각된다.

▲ 실론차의 케이스 측면에 표시된 고품질 라이온 마크
이번에 실론 차의 주요 생산지, 차 박물관과 차 연구소를 방문하면서 첫 홍차생산 이후 약 150년 역사를 가진 홍차산업체들의 고품질 차생산과 신상품 창출을 위한 노력이 돋보였으나 현장에서 잎을 따는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 차산업 발전을 위하여 보성차연구소를 국가연구기관으로 승격하여 국립원예특작원 산하에 두어 생산과 품질 향상을 기한다면 재배면적 증대와 소비 촉진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가 있다고 사료되어 제안을 해본다. 끝으로 스리랑카 차산업체 방문을 위해서 협조를 해주신 실바교수와 스리랑카 한국 대사관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