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무경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장>
윤무경 <국립종자원 품종보호과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4.11.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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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수출과 종자산업의 세계화 전략

 
수출입국(輸出立國)이 아직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모토라는데 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은 나라에서 세계시장에 진출하여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부국의 지름길이었다. 더구나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라면 자원보다는 우수한 인력과 지식·정보를 이용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종자산업은 농업분야에서 대표적인 지식산업으로 통한다. 큰 천연자원 없이도 우수한 인력과 유전자원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신품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종과 종자는 농업생산의 원천이면서 식품과 의약품 및 여러 가지 소재산업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산업의 종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신품종을 육종하여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세계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 현재 농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이다.
지난해 종자 단일 품목이 차지하는 수출액은 4천1백만 불로 농산물 전체 품목 중1%에 미치지 않는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종자 수출액은 2020년까지 2억불이다. 지금 종자 수출액을 생각한다면 남은 6~7년의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종자수출과 품종의 세계화가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종자 수출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인가?
종자산업은 이른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분야로 꼽을 수 있다. 지식산업이 의례히 그렇듯이 적합한 직능을 가진 소수의 전문인만이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종에 소요되는 전문성과 시간, 토지와 시설에 따르는 제한요인이 무엇보다 크지만, 특히 품종에 대한 소비자의 기호란 것이 매년 유행 따라가는 패션과는 다르다. “입맛에 대한 호소력”있는 품종의 지배력이란 생각보다 커서 새로운 우점 품종을 만드는 것이 세월과 돈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종자수출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공들여 만든 품종이라도 공산품처럼 ‘Made by Korea’ 딱지를 달고 쉽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건 주류 품종이라 함은 현지 자연환경에 친화적이어야 하고 식문화에도 거부감 없이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품종은 도도한 물결과 같은 것이고 흐름은 빠르지 않을지언정 그 힘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품종을 수출한다는 것은 수출국에서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내고 무리 없이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 품종 육성이란 처음부터 치밀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이미 세계 수준의 육종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채소작물의 경우는 1천만 불 종자 수출에 근접한 고추, 무에 더하여 배추와 박과 작물에서도 더 큰 희망을 발견해야 한다. 특히, 토마토나 양배추와 같은 글로벌 작물도 천만 불 품목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식량작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육종 인력과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순전히 종자 측면에서만 보자면 ‘국제종자보증제도’로 수출 종자를 적절히 포장하는 것도 유용한 전략이 될 것이다. 국립종자원은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종자검사협회(ISTA) 인증실험실 운영기관으로서 수출용 종자에 대한 인증서를 발행하고 있다. 그 외에 대표적인 국제종자보증제도로서 우리나라가 아직 가입하지 않은 OECD 종자보증체계(Seed Schemes)도 이제  가입을 적극 고려해 볼만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품종의 가치는 역시 품종 그 자체이다. 수출을 목표로 “입맛에 대한 호소력” 있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품종 개발의 현지화가 아닐까 한다. 현지화란 유전자원과 육종, 유통 모두를 포함한다.
수출품종의 육종에서 사실상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전략수립과 재정지원 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능하다면 육종가와 관리자까지도 현지화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 만들고, 모든 이익을 우리 주머니에 담겠다는 생각은 그 자체가 수출 부적합이다. 수출 품종의 개발에 있어서는 국적보다는 현지 적응력이 높은 ‘외인부대’의 적절한 운용이 요긴한 대목이다. ‘수출’이라는 말에 경직되어 육종과 유통 과정에서 ‘Korea’로 지나치게 포장하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종자수출과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세계화를 위한 큰 흐름을 만드는 국가적인 사업에 만인의 동참과 지혜를 다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