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과학 3.0의 클리에이티브 잔디연구
산림과학 3.0의 클리에이티브 잔디연구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12.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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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뮤다그래스                                      한지형 고급잔디                              들잔디
                                  이 광 수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박사>
잔디와 같은 화본과 작물은 전 세계적으로 600속, 약 7,500 종류가 있으며, 이중 잔디로 이용되고 있는 종류는 30~40종 정도이다. 오늘날 실제로 잔디관리에 자주 활용되고 있는 종류는 약 20여 종이 되며, 국내에서는 10종 내외의 잔디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잔디는 생육 적온에 따라 난지형(26~35℃) 및 한지형(16~24℃) 계통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은 광합성 형태에 따라 C3(한지)형과 C4(난지)형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우리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한국잔디는 난지형잔디에 해당된다.
잔디의 기원은 지역과 국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서양에서는 사료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던 작물이 오랫동안 가축의 방목환경에서 적응하면서 토지 피복 능력이 좋은 화본과 다년생 식물에서 유래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정원, 왕궁, 왕릉, 일반 무덤의 지면 장식 및 피복용으로 사용되어져 왔다.
현재 국내 잔디산업 규모는 1조5천억원 정도이지만 세계 규모는 최소 70조 최대 100조원 이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이후 경제발전과 국민소득 향상으로 주 5일제 시행과 더불어 레크리에이션과 스포츠를 위한 녹지공간으로서 잔디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신도시, 서해안 새만금 사업, 골프장, 학교 운동장에서 일반 주택정원까지 그 쓰임새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녹색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잔디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18홀 기준 골프장 잔디는 4,000∼7,000명에게 공급할 산소를 생산하는데, 약 400개의 골프장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100만명 이상에게 공급하기 충분한 산소를 생산하는 환경적 기능을 제공해준다.
풍부한 수요처와 더불어 최근에는 조성 속도가 빠르고, 생육특성이 왜성인 품종 등 각 목적에 부합되는 다양한 잔디품종의 개발과 10월에 낙엽이 지는 잔디를 11월에 낙엽이 지도록 하거나 다양한 색깔 및 병해에 강한 잔디 등 기능성 고품질 잔디품종 개발의 실용화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난지형잔디인 한국잔디는 한지형잔디(서양잔디)에 비하여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며 병해충에도 잘 견딜 뿐 아니라 내건성 및 내한성도 지니는 등 우리나라 기후에 잘 적응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유전적으로 색이 옅고 발아, 조성속도 및 회복속도가 느린 단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국잔디는 연중 약 5~6개월 정도 밖에 푸른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정도로 녹화 효과가 떨어지는 점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한지형 잔디는 대개 푸른 기간이 10개월 이상 지속되어 연중 푸른 경관의 연출이 가능하며, 내답압성이 우수하고 회복력도 빠를 뿐 아니라, 그늘이나 습지에서도 생육이 잘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잔디관련 연구 기관에서는 한지형 및 난지형잔디의 태생적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큰 목표를 가지고 국가 주도형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잔디 원산지 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 및 육종 연구의 부족으로 미국, 일본 등에 비해 한국잔디 육종을 통한 신품종 육성 및 활용이 크게 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잔디가 1890년에 한국, 일본, 타이완 등 아시아로부터 미국에 소개된 후 오히려 미국에서 1950년대부터 한국잔디 연구를 시작해 Meyer, Emerald, El Toro, Cashmere 품종을 등록하여 한국잔디를 상업화를 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종자형 한국잔디 Zenith를 육종하여 산업화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잔디의 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라 한국잔디만으로는 효율적인 녹화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하에 이를 대체할 한지형 잔디에 대한 요구가 급속히 증대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잔디 관련 연구는 대학교, 개인 연구소, 관련회사가 육종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대부분이 필요에 의해서 단기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하였다. 앞으로는 국가기관이 주도로 학·연·산이 일체가 되어 장기적인 목표아래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분야별로 다음과 같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육종체계 및 신품종 개발
 
국가에서 잔디 육종에 대한 목표와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다양한 용도에 따라 필요한 잔디를 생산 할 수 있도록 연구소, 학교, 민간 육종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난지형 및 한지형 잔디에 대하여 장기적인 지원과 목표설정이 필요하고, 분자육종학을 이용한 형질전환에 의한 신품종 개발에도 적극 투자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품질의 고급화 및 새로운 재배법 개발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잔디를 재배해왔으나, 잔디재배자를 위한 실질적인 연구를 수행하여 매뉴얼화 된 것이 없어 고품질의 잔디생산은 현재 단계에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골프장이나 고급경기장은 이미 장비 및 관리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으나, 잔디 재배자 및 학교운동장, 지방 공설운동장 등에 대한 기본관리법, 친환경·저비용 관리방법 개발을 위한 연구사업 추진이 필요하며, 품질인증제 도입, 고급화를 위해서는 병해충에 대한 체계적 관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 잔디의 활용 방법 확대
 
잔디가 환경 및 인간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토양개량, 수자원함양, 대기오염 경감, 소음 및 먼지 제거, 여름철 기온 강하 및 겨울철 기온 상승, 탄산가스 제거 및 산소배출, 운동욕구증진, 부상 감소, 녹지경관 제공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 전문인력 양성
대학에 관련학과 지원 및 국가자격 시험제도를 통해 제도적으로 청년층 인력 양성과 함께 취업자에 대한 임금향상을 통해 체계적인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 기타
다양한 환경에 대한 잔디면 조성을 위한 차별화된 시공법 개발이 필요하다. 즉, 사면, 옥상, 실내, 학교운동장, 시군 공설운동장, 조경공사, 간척지 등 특수지 등을 위한 저비용·간편 시공법 개발을 해야 한다.
□ 종합
지구생태계의 지속성과 잔디산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하여 국내의 단일 잔디 종 또는 품종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병해충 등 다양한 형태의 출현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잔디 종(species)과 품종(cultivar 또는 variety)의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
잔디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잔디유전자원의 수집과 관리, 새로운 품종의 육성, 관리 방법의 효율화와 신기술 개발 및 끊임없는 잔디의 적용분야 발굴을 위해 정부차원의 관심과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전문이력 양상이 시급하고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