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리·남양주사무소장>
황인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리·남양주사무소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12.0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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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가·수의매매 참고할 만하다

 
농수산물도매시장 거래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던 정가·수의매매가 경매와 동등한 매매방법으로 전면 허용돼 2012년 8월 23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경매의 단점인 가격변동성을 완화하고 거래규모화 및 매매방법의 다양화로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가격을 정한 상장 물품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중도매인·매매참가인)에게 해당 가격과 판매물량을 제시하여 거래가 성립되는 매매방법이다.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경매사)이 대상물품의 판매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매자와 1대 1로 협의하여 가격과 물량 등 거래조건을 정하는 매매방법이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2012년 8.9%에서 2016년 2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 활성화에 나섰다. 
이에 필자는 선진 일본의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정가·수의매매를 상대매매(혹은 상대거래)라고 한다. 일본정부는 1999년 도매시장법을 개정해 상대매매를 2000년 4월 1일부터 전면 허용했다. 2000년도의 전국 중앙도매시장(청과)의 거래비중을 보면 경매 34.3%, 상대판매 65.7%로 상대판매가 급증했다. 2011년에는 경매 14.9%, 상대판매 85.1%로 거래의 중심이 상대판매로 이동됐다.
필자가 조사한 후쿠오카시 중앙도매시장(청과)의 경우에도 1998년 경매 35%, 상대판매 65%였으나 2011년에는 경매 9%. 상대판매 91%로 상대판매 비중이 매우 높다.
이처럼 경매는 퇴조하고 상대판매가 번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안정화와 안정적 거래를 요구하는 대형유통업체들의 목소리에 부응한 점이다. 이들 실수요업체들은 가격변동 폭이 큰 경매보다는 상대매매를 선호했다. 이는 안정된 가격에 필요한 품목 및 물량을 원하는 시기에 확보할 수 있고, 경매 시작 전이라도 물품 반출이 가능해 신선도가 좋은 물품을 매장 개점시간 전에 진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매매와 도매법인의 매수집하를 전면 허용한 것도 상대매매의 증가요인이다.
여기서 후쿠오카 청과도매시장의 상대매매를 개략하면 이렇다. 매일 오후 2~3시경부터 산지 출하자와 도매법인 영업사원(경매사자격중 소지)간에 전화로 상대매매 교섭이 이뤄진다. 이때 품목, 수량, 가격, 거래조건을 협의·조정한다. 출하자는 높은 가격을 제시한 도매법인에게 물품을 출하한다. 도매시장에 입하된 물품은 도매법인이 경매물품과 구분해 구매자별 품목별로 나열하고 판매원표를 작성한다. 구매자는 도매법인으로부터 물품 인도표를 교부받은 즉시 물품을 인수한다. 상대매매 수수료는 경매수수료와 같은 채소 8.5%, 과일 7%를 적용한다.
일본 도매시장의 상대매매제를 통해 본 다음의 시사점은 참고할 만하다. 첫째, 산지의 규모화·조직화는 출하자의 거래교섭력 강화와 안정적인 물량공급이 가능하다. 둘째, 대형유통업체들을 도매시장 상대매매에 적극 참여하게 했다. 셋째, 등급·규격 등 품위를 일정하게 출하해 구매자가 출하물품을 신뢰한다. 넷째, 경매는 경매사가, 상대매매는 교섭력이 뛰어난 영업사원이 하도록 분담하고, 영업사원들은 이틀에 한 번은 산지로 가서 선과장의 출하물품과 물량을 점검하는 일을 일상화하고 있다. 다섯째, 당일 상대매매 결과를 도매법인과 개설자가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여섯째, 품위에 결점이 있는 물품은 증거 사진과 판매기록을 출하자에 전송하고 협의를 통해 클레임을 해결한다. 일곱째, 소규모 구매자나 소량다품목 출하자를 배려해 일정비율은 경매로 판매하도록 업무규정으로 정한다.
일본의 도매시장은 오래전에 매매방법을 경매중심에서 상대판매중심으로 전환했다. 시작단계인 우리나라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도 일본 도매시장처럼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