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서울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김기선<서울대학교 원예생명공학과 교수>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3.12.0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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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의 주년생산 기술 개발

▲ 김기선 교수
작약은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약재로 많이 사용되다가 최근 고급웨딩부케 및 꽃꽂이 소재로 활용되며 작약의 절화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예전부터 유럽 등지에서는 작약을 ‘정원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관상적인 가치는 뛰어나다고 평가되었다. 국내 작약의 판매동향을 보면 자연생산시기인 5~6월에는 한 단, 즉 5송이에 4,000∼6,000원정도로 판매되고 있지만 자연생산시기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은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16,000원을 호가하는 높은 가격으로 국내에서 유통이 되고 있다. 작약의 연중생산이 가능하게 된다면 재배 농가의 소득 향상, 국내 작약 생산의 안정화, 더 나아가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지난 5년간 작약 연구를 진행하였고 작약 연중생산의 기술을 개발하였다.

▲ <그림 1> 11월에 저온 처리를 하여 2월 19일에 개화한 모습 (촉성재배)
     <그림 2> 9월에 저온처리를 했을 때 꽃눈이 퇴화 되는 현상

작약은 10월 초순에 포기나누기로 심고, 겨울에 저온을 받은 이듬해 3월에 맹아를 하고 5∼6월에 개화를 한다. 개화가 끝난 이후에는 지상부의 잎은 가을까지 계속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작약은 광합성을 충분히 하여 지하부에 있는 꽃눈이 분화하고 발달하는데 필요한 양분을 축적한다. 10월 정도가 되면 지상부의 잎은 휴면에 들어가며 이때 지상부는 제거가 가능하다.
자연개화시기인 5∼6월보다 앞선 시기에 개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저온 시간(chill unit)을 이용한 방법이다. 휴면에 들어간 작약이 겨울 동안 자연 상태에서 받는 저온을 추적하고 휴면타파를 위한 저온 요구도를 충족시켰을 때 온실로 입실하여 개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인공 저온 처리 방법으로, 휴면에 들어간 작약을 저온고에 넣어 인위적으로 휴면을 타파하여 개화를 촉성하는 방법이다. 자연 저온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과학원예’ 2011년 8월호에 기고한 바가 있어 여기에서는 인공 저온 처리 방법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 <그림 3> 예냉처리 없이 9월에 저온 처리를 했을 때 개화율이 낮은 모습
    <그림 4> 초촉성재배를 위해 9월에 예냉처리를 하고 저온 처리를 한 작약 개화 (1월 13일)
휴면에 들어간 작약을 11월에 0℃로 유지되는 저온고에 6주 이상 저온을 처리하거나 5℃로 유지되는 저온고에 9주 이상 처리하고 야간 기온이 12℃이상 유지되는 온실에 입실하였을 때 작약은 14일 만에 맹아를 하고 이후 40일이 지나면 개화를 성공적으로 하였다(그림 1). 꽃대의 길이도 60cm 이상으로 개화 품질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때 작약의 개화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되었다. 자연개화시기인 5∼6월 보다 3개월 앞선 시기인 2월부터 수확이 가능한 것이다. 한편 3∼4월에 절화를 수확하기 원한다면 인공저온 처리가 들어가는 시기를 11월보다 더 늦게 12∼1월에 하면 된다.
▲ <그림 5> 예냉처리 없이 7월에 저온처리만 하였을 때 개화가 되지 않은 모습
     <그림 6> 가을 수확을 위해 7월에 예냉처리를 하고 저온 처리를 한 작약 개화 (11월 9일)
더욱 관심이 있는 것은 2월보다 앞선 시기에 절화를 수확하는 작형의 개발이다. 이를 위해 선행연구로 11월 보다 이른 9∼10월에 저온처리를 시도하였다. 하지만 연구 결과 9∼10월에 바로 저온 처리를 했을 때 0℃에서 12주나 길게 저온을 처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작약의 꽃눈이 발달 초기에 고사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하였다(그림 2). 따라서 바로 저온고에서 휴면타파를 하는 경우 안정적인 개화유도를 위해서 11월 이후에 저온처리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 <그림 7> 구근저장박스
     <그림 8> 저온고에서 저온 처리 모습
이 후 본 연구팀에서는 앞서 생긴 꽃눈의 고사 현상의 원인을 구명하고 9∼10월에도 저온처리를 하여 2월보다 앞선 시기에 절화를 수확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자 다음의 실험을 수행하였다. 먼저 휴면중인 작약이 겨울에 저온을 받기 이전인 ‘가을’(9∼11월) 동안 작약 꽃눈에서 중요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가정하여 자연 상태에서 작약 꽃눈의 발달 양상을 조사하였다. 작약은 개화 이후 8월 중순에 지하부의 조직에서 화아 분화가 시작되었다. 이후 화아가 발달하다가 11월말∼12월초에 화기 구조가 완성되었다. 따라서 9∼10월은 화기가 아직 미성숙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저온처리를 하는 것이 작약의 정상 개화에 문제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반면 11월에는 화기가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바로 휴면타파를 위한 저온처리를 하여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9, 10월에 인위적으로 가을 조건을 만들어 준다면 11월 이전에도 저온처리가 가능 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예냉처리’를 수행하였다. 예냉처리는 가을철 온도라고 할 수 있는 10∼15℃에서 작약을 양생하는 방법이다. 9월과 10월에 예냉처리를 하지 않고 바로 저온처리를 하였을 때에는 정상개화율이 40%에 그쳤다(그림 3). 하지만 9월에 노지에 있던 작약을 10℃로 유지되는 저온고에 2주간 처리하고 이후 휴면타파를 위해 0℃에서 6주간 처리를 하면 절화를 1월에 수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물고사 현상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되고 80.9%가 정상적인 개화를 하였다. 또한 10월에 예냉처리를 했을 때에는 정상개화율이 89.6%나 높게 나타났다.(그림 4). 절화를 수확한 이후에 작약을 재사용할 수 있는데, 절화 수확시기가 겨울이기 때문에 온실 바깥 기온이 올라갈 때까지 온실에서 작약을 재배하다가 노지로 옮기는 것이 필요하다.
▲ <표 1> 작약의 주년생산을 위한 스케줄표
이른 봄이나 겨울에는 남미에서 재배된 작약 절화를 수입할 수 있으나 한국의 가을시기 곧 9∼11월은 전 세계적으로도 절화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절화를 생산하는 농가는 고소득은 물론 주변 국가에 절화 수출도 꾀할 수 있다. 촉성재배를 통해 3∼4 월에 절화를 수확한 한 작약을 4개월 정도 식물이 광합성을 충분히 하도록 재배한 이후에 7월 정도에 10℃에서 2주간 예냉처리를 한다. 이후 0℃에서 6주간 처리 저온처리를 한 후 다시 정상으로 생육을 시키면 10∼11월달 후 개화를 한다(표 1). 본 실험에서는 11월에 85% 정상 개화가 되어 절화 수확이 가능하였다. 반면 예냉처리를 하지 않고 바로 저온처리를 하게 되면 화아가 퇴화하여 정상 개화는 10%에 불과했다(그림 5, 6). 한편 초촉성재배를 통하여 1∼2월에 절화를 수확한 경우에도 상기한 식으로 4달동안의 정상생육(노지에서 생육 가능)과 예냉, 저온처리를 하면 9∼10월에 절화를 수확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예냉처리 및 인공 저온처리를 위해서는 저온으로 유지되는 시설이 필요하며, 식물을 각 온도 조건에 맞게 이동하여 자유롭게 온도처리를 하기 위한 상자재배(box culture)가 필수적이다. 상자재배는 구근저장박스(그림 7, 규격: 56×37×23cm(가로×세로×높이))에 배지를 넣고 작약을 식재, 재배하고 상자째 저온처리를 한다.(그림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