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웬 '조화'란 말인가?
이게 웬 '조화'란 말인가?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12.04.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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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 관련 자료조사를 위해 주말이면 국립중앙도서관에 자주 드나드는데 구내식당을 이용할 때마다 매번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 식탁 위에 놓인 작은 화분에 꽃 두어 송이가 꽂혀 있는데, 생화가 아닌 조잡한 조화에다 먼지까지 잔뜩 끼어있다. 예쁘디예뻐야 할 꽃이 지저분하게 보이다니. 정말 이게 웬 조화란 말인가. 리모델링을 통해 실내를 현대적이고 깨끗하게 꾸며놓아 좋게만 보이던 식당 이미지가 일순간 격이 떨이지다 못해 음식물, 식기 등의 청결 관리에도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조화 사용의 문제는 비단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꽃을 생산하는 농가는 조화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경조화환에 쓰이는 백합은 90% 이상이 조화인 것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에서 라디오광고를 통해 "경조화환, 향기가 살아 있는 백합꽃으로 당신의 진심을 전하세요"라며 생화소비촉진 운동을 수차례 벌였을까.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자리에 걸맞게 격조를 갖춰 진심을 전하자는 뜻도 더해졌다.
예기(禮記)에 이르길 조사(弔事)에는 무엇보다 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격식이 갖춰지지 않으면 슬픔이 진심으로 우러나지 않고, 슬픔이 일지 않으면 고인을 공경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례식은 까다로운 절차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지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격식을 제대로 차려야 할 자리에 성의와 진심이 담기지 않은 조화를 사용한다면 이미 공경과 애도의 마음가짐 또한 거짓으로 나타냄과 별 다르지 않다.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고양국제꽃박람회에 한국화훼농협과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 등이 화훼홍보부스를 차리고 생활 속 꽃문화 정착을 위해 홍보에 매진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이런 운동에 적극 동참해 꾸준한 계도활동 및 정책지원 등의 '진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의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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