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 시론 /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원예 시론 /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09.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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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 중에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재목감이 될 나무는 그 나무의 씨앗에서 처음 싹이 터서 나오는 잎부터 보면 알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결과가 좋게 나타날 것은 처음부터 그 기미가 엿보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크게 될 사람은 어릴 때부터 그 조짐이 다르다는 뜻으로도 쓰여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새싹들에게 흔히들 사용하는 속담이다.과수 농사의 성패를 가름 짓는 묘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병치레 없는 아이가 커서도 충실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 부모에게 자식농사 잘 지었다는 칭찬을 듣도록 해 주듯이 과수농사의 성패도 묘목이 얼마나 건강하고 우량한가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건강하고 병에 걸리지 않은 묘목은 장차 좋은 과실을 충실하게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든든한 재목이 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과수에도 에이즈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병과 바이로이드병이 발생되고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치료약이 없듯이 마찬가지로 식물바이러스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제는 아직까지 개발되어 있지 않다. 조기에 정밀 진단해서 감염된 나무를 없애고 병에 걸리지 않은 무독 우량묘목을 심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제 방법이다.농업의 선진 강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네덜란드를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식물의 바이러스병을 치료하는 약제는 개발되지 못하고 있고 그들도 바이러스가 없는 건강한 우량 무독묘목(virus-free stock)을 만들어 보급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병에 대한 예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우리나라 과수원의 바이러스병 감염율은 매우 높은 편이고 최근 많이 재배되고 있는 밀식재배 사과원의 경우에도 바이러스와 유사하지만 더 크기가 작은 병원체인 바이로이드의 감염율이 높아 농업인들의 피해가 컸던 사례도 있었다.이러한 농업인들의 피해를 예방하고 선진국형의 고품질 과수산업의 기반을 구축하여 과수 농업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당국에서는 과수산업 육성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고품질 안전과실 생산기반구축 사업 중 ‘과수우량묘목생산지원사업’을 들 수 있다. 2005년부터 한·칠레 FTA기금이 지원되어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가 경북 상주에 설립되었고 과수 묘목 연간 수요량의 60%를 감당할 목표로 기반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따라서 우리의 과수 묘목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부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네덜란드의 낙탄바우 우량묘목관리센터장인 용거딕 소장은 “영국, 네덜란드에 이어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선두로 선진국 수준의 과수우량묘목생산보급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지난해 중앙과수묘목관리센터 준공기념 초청 세미나에서 거론한 바 있다.세계 일류 수준의 과수 묘목생산 시스템이 갖춰지면, 종자가 좋으니 당연히 우리 과일은 최고 품질을 자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 과수 농업인들의 최고 수준 재배 기술이 뒷받침 될 것이니까.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벌레와 개구리들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은 지도 한참이 지났다. 이제 묘목을 새로 심거나 겨울동안 움츠렸던 나무들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한 여러 가지 농작업들이 투입되어야 할 시기이다. 새롭게 과수원을 조성하거나 기존의 병들고 늙은 나무를 바꿔서 재식하고자 한다면 바이러스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우량 무독 묘목을 심는 것이 훗날 든든한 효자노릇을 할 재목으로 키우고 농사의 기초를 세우는 지름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그리고 무조건 새로운 품종이 좋을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외국에서 무분별하게 신품종을 도입하여 오는 일도 절대 조심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절체절명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AIDS 수준의 과수 바이러스병에는 아직 청정한 지역이므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검역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불법으로 도입하여 들여 온 나뭇가지(접수)로 인해 우리나라 과수 산업의 안전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 과수 농업에 종사하는 이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절대 주의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하고 싶다.우리나라 과수산업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 국내 농업관련 연구기관에서 새로운 품종 육성에 꾸준히 힘을 기울여 온 결과 추석 무렵에 나오는 달고 맛있는 빨간 사과인 ‘홍로’품종과 같은 품질 좋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품종들을 개발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우수한 품종들을 세계 시장에 내놓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멀지 않은 듯 하다. 과수우량무독묘목시스템은 이 시기를 앞당기는데 한몫 할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나라 과수산업을 걱정하는 농업인들과 우리 과일을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줄 것을 희망해 본다.■김현란<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