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경로 다양화 및 축소, 온라인 농식품시장 급성장
유통경로 간 경쟁 심화 … 온라인농산물도매시장 비중 높아질 듯
협동조합 공동출하물량 8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수급정책 원활
주요 품목 수급·가격조절 위한 시스템 구축 필요
■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 불안정에 대응한 수급 및 유통정책 제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Ph.D))
지구적인 현상으로 기상이변 등 기후위기가 전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향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대부분 기상학자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는 온난화 정도가 지구 전체 평균보다 2배나 높고 계절이 무색할 정도의 기상변화로 인해 농산물 수급 불안정과 이로 인한 가격 불안정성이 더욱 빈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농가 고령화가 심화되고 농업노동력 확보도 어려워져 많은 농가들이 작물 재배를 기피하거나 재배면적을 축소 또는 아예 휴경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작물재배과정에서 수작업 비중이 높고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과일과 과채류, 노지채소류의 수급불안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소비자들의 먹거리 불안과 가계부담으로 이어져 식량안보, 식품안보에 대한 요구 증대,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농업인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해에 대응해 작물생산 안정과 농산물판매가격과 소득의 안정을 원하고 있어 작물재해보험, 농업수입보장보험, 농산물가격안정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정부, 공급·가격안정 도모
정부는 최근 들어 농산물 공급부족과 가격급등 현상이 잦아지면서 국내산 위주 농산물 공급구조를 과감히 탈피해 수입농산물의 개방수준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들을 추진해 소비자 위주의 공급안정과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기술과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로 인해 농산물, 식품을 포함한 유통산업이 변혁의 소용돌이에 진입했다. 산업 간, 산업 내 초연결과 융합으로 인해 업태 간 경계 붕괴(Big Blur), 생산과 유통, 소비 영영 간 경계 붕괴와 초연결, 통합이 이뤄져 전통적인 가치사슬이 약화, 파괴, 변형되고, 유통경로의 다양화, 유통단계의 축소, 온·오프라인의 융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유통업체와 대형유통업체들의 물류기반 시설 확충과 전국물류망 구축으로 배송, 배달 시장이 요동치며 운송차량과 시설장비가 발전하고 신선농산물의 콜드체인화로 당일배송 등 신속 운송과 배달이 가능해지면서 온라인 농식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 농산물 유통구조 축소
농산물 유통구조는 그동안 유통경로별 비중 변화 추세로 볼 때, 유통단계가 짧아지는 경로의 점유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유통단계가 상대적으로 짧은 농가(생산자단체)-소비자 직거래, 산지-소비지 대형유통업체 직거래 경로 비중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도매시장을 경유하는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농산물 유통개선 정책 방향도 지금까지 줄곧 유통단계 축소 및 유통효율 증대와 이에 따른 유통비용 절감에 있으며, 향후 정책방향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온라인 도매시장(B2B) 개설 운영 정책은 이같은 정책 취지를 반영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러한 유통환경 변화와 정부 정책 추진으로 인해 유통경로 간 경쟁이 심화되고, 유통단계의 축소가 지향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지-유통업체, 대량수요처 간 ‘계약재배’, ‘계약거래’ 등 계약 기반 거래가 촉진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소매유통업체들이 대규모농가 및 산지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원물 대량구매체계를 구축하는 전략 등 소매업 구매자그룹의 농산물, 농식품 공급망관리체계(SCM) 구축, 벤더관리전략을 추진해 협동조합 등 생산자조직의 판로관리와 도매시장 유통경로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농산물 유통경로는 도매시장경로와 산지-온·오프라인 대형소매업체 직거래, 로컬푸드 농가-소비자 직거래 경로 뿐 아니라 향후 정부의 온라인 B2B 도매시장 경로 비중이 커지면 경로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공시장 확대해 신선농산물 시장유통 비중 낮춰 리스크 해소
안정적 수급조절 위해 공영도매시장 지속적 육성 필요
공영도매시장 물류형으로 변환해 수급기능 추가해야
도매시장법인 사업 다각화, 중도매인 경영 규모·디지털화
# 가격안정제도 강화
정부에서는 향후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농산물 수급변동성 확대에 대응해 주산지 이동에 따른 새로운 주산지 개발과 함께 이에 따른 산지유통체계, 안정적인 소비지 공급망 구축 등에 대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기상변화가 농산물 수급구조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기본적으로 산지의 생산 및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을 통제할 수 있는 생산자 중심의 강력한 공급주체를 육성해 정책파트너로 활용하고, 정부에서 일정 수준의 공급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주요 품목의 국내산 공급량을 안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생산자조직, 특히 농협의 계약재배 비중 확대를 위한 가격안정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오래된 채소가격안정제도 추진방식에서 참고할 것이 많다.
생산자조직인 농협의 시장출하물량 비중을 확실한 수준, 예컨대 유럽과 일본과 같이 협동조합 공동출하물량을 80% 수준 정도까지 끌어올려 정부의 수급 및 가격정책에 대해 확실한 파트너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공급물량 중 일정량 또는 비중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수매나 수입을 통해 비축해 시장공급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품목에 대해 공급량의 일정 비율(10~20%)을 수매·비축해 수급조절용을 사용하거나, 농협 비축량의 일부를 가격조절용으로 활용하고 보전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공 원료, 급식 등 식재료 원료에 대해 1차 전처리해 급속동결 또는 건조 저장해 시장에 공급하는 비중을 늘려(1차 가공시장 확대) 신선농산물의 시장유통 비중을 줄임으로서 수요량에 대한 시장의존도와 시장가격 변동을 줄일 필요가 있다.
2000년 개정 농안법에 포함돼 있는 유통명령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급조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 유통경로 다양화 필요
시장유통경로 간 경쟁구조를 조성해 수요나 공급의 독점적 시장이 형성되지 않도록 견제함으로써 독점적 시장가격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시장유통경로 중 주류유통경로에 대해 수급물량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공적 영역인 공영도매시장을 지속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에서 민간영역인 소매시장을 통제할 권한도 없으며, 철저히 민간영역인 소매부문에 대해 관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농-소 직거래장터 육성과 온라인 도매시장 운영 등으로 유통경로의 다양화에 힘쓸 필요도 있다.
도매시장은 그동안 단순한 도매거래중개 기능과 통과형 물류 기능에 치중해 농산물 수급조절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도매시장에서 수급조절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 도매시장이 물류시설과 기능을 대폭 보강해 통과형 물류 시설에서 재고형 물류시설로 과감히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 저장시설이 대폭 확충되면 재고관리를 통해 수급조절 기능도 할 뿐 아니라 경매 등 도매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향후 대부분의 국내 도매시장에서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므로 재고형 물류기지로 대폭 기능 전환을 추진하고,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위한 물류기지로도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시장 이전 등을 통해 현대적 시설을 갖춘 신규 도매시장들이 대규모 저장시설 등을 갖추고 재고형 물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토요쓰 시장, 후쿠오카 시장 등) 최대 도매시장인 동경 오타시장도 시장 내외의 저장물류시설이 대폭 확충되고 도매장 내도 보관시설을 추가해 재고형 물류기능을 대폭 확충하고, 시장 내 선별포장과 저장 기능이 강화됐다.
대량거래물량의 산지-소매 직거래 확대와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 확대 예상, 도매시장 거래물량의 주요 분산고객인 중소 소매업, 요식업 등 시장 위축 등 도매시장의 위기적 상황 인식과 타개를 위한 도매시장 유통종사자인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의 역할 또는 기능 재정립이 필요하다.
이제는 도매시장도 도매시장 고객인 생산농민, 출하자, 소매상의 니즈(needs)를 알고, 니즈 변화를 예상하고, 전문화된 니즈를 더 충족시키는 새로운 도매 마케팅 기술을 발굴 및 채택할 필요가 있다. 도매법인의 경우, 지금까지 수행해 온 출하농산물의 위탁판매(경매 위주) 기능만 수행해 위탁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판매중개 및 경영구조에서 과감히 벗어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도매인들이 대형유통업체, 대량거래처와의 대량거래 능력을 높이고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대교체와 실질적인 경영 규모화, 경영 및 거래의 디지털화 추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