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가져온 수급불안 수출까지 흔들린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수급불안 수출까지 흔들린다
  • 김수용
  • 승인 2024.01.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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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가져온 수급불안 … 수출까지 흔들
가공품수출 대비 신선농산물 수출 미진
자연재해 극복 위한 기술·신품종 개발 절실
고품질 농산물 생산 산업 이끌 중요 소재
정부 수출 간접지원 늘리며 수출 선도
바이어 초청 박람회에서 관계자들이 국내산 배를 살펴보고 있다.
바이어 초청 박람회에서 관계자들이 국내산 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은 91억 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농식품의 수출은 농업에서 중요한 의미가 부여된다. 우선 농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농가의 소득 제고에 효과적이다. 농식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수요의 가격의 가격탄력성이 낮다. 이로 인해 생산 과잉이 조금만 되도 농가의 수취가격은 낮아진다. 하지만 수출은 과잉 생산된 농식품을 해결함으로써 국내가격을 지지하고 농가소득을 올려준다. 
또한 농식품 수출은 농산물 품질 수준을 올려주고 안전성을 보장해준다. 농산물을 수출하려면 수출국가에서 요구하는 안전성을 담보해야 한다. 보통 사과를 미국에 수출하려면 해당 국가에서 지정한 전용농장에서 미국에서 정하는 생산범주 안에서 생산을 맞춰야 수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농식품 수출은 생산부터 유통까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고품질, 안전 경쟁력은 국내에 수입되는 농식품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역할까지 만들어 낸다.
여기에 농식품 수출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선농산물 수출은 휴대폰 수출에 비해 1.9배의 부가가치와 1.3배의 고용(7.9배의 취업)을 창출하며, 가공식품 수출 또한 휴대폰에 비해 1.8배의 부가가치와 2.5배의 고용을 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돼 있다. 이는 신선농산물이 가공식품과 공산품보다 수입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생산구조에 자가노동력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 수출로 인한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그만큼 수출확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은 절실해 보인다.

# 가공품 폭풍성장, 신선농산물 약진

올해 농식품 수출은 세계적 경기 둔화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들의 시장 개척 노력과 정부의 전방위적 수출지원이 함께 한 결과다. 농식품 수출에는 가공품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수출 내역을 보면 가공품의 수출은 신선 농산물 수출액의 약 5배에 이를 만큼 높다. 특히 라면, 과자류, 음료의 수출액은 약 20억 달러로 전체의 약 22%에 이르고 신선농산물 수출액보다 5억 달러가 많다.
신선농산물 수출 내역도 자세히 살펴보면 김치 수출이 신선농산물 전체 수출액의 1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딸기, 포도 등의 수출이 크게 올랐다고 하더라도 전체 수출액에서 비중은 낮다.
신선농산물 중 오랫동안 수출을 하고 있는 배 수출액은 2022년 7,000만 달러에서 2023년 7,300만 달러로 약 3.6%가 상승했지만 이는 2022년산 배의 수출액 증가로 인한 결과로 2023년산 배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신선 배 최대 수출국은 2023년 7월 현재 미국이 48.4%이며 대만 28.4%. 베트남 12.6% 순으로 3개국 수출실적이 전체 실적의 89.4%를 점유하고 있다.
사과의 실적은 더욱 참담하다. 주력 수출품종인 만생종 부사가 품위등급 관리 부족 등 주력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이 점점 약화됨에 따라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3년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국내 수급조자 어려워 수출은 명맥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판촉행사 모습.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판촉행사 모습.

# 신품종 개발·보급으로 경쟁력 높여야

딸기는 10년 전만해도 일본품종이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농촌진흥청과 지자체 등이 신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데 앞장서 국내산 품종이 90% 이상을 대체했다. 가까운 동남아시아서부터 중동까지 한국산 딸기는 고품질을 앞세워 수출 효자 품목으로 올라섰다.
딸기의 고품질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에서도 겨울 과일 여왕 귤을 제치고 1등 자리에 올라 원예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신품종의 도입은 산업의 체질개선 통해 산업발전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사과는 신품종 개발과 도입이 지체 되는 등 성장 동력을 잃고 수출 주력시장에서 품질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대만은 한국산 사과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나 시장 점유율은 약 1% 내외로 미미하며 미국산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시장의 대부분(37%)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국 중 일본의 경우 등급 등록이 돼 있지 않은 한국산 사과보다 우수한 고품질 상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베트남과 홍콩 수출도 국내산 사과의 품질관리와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올해는 수급 불안으로 수출도 미진한 상태다.
한 사과 수출 바이어는 “주력 수출품종인 만생종 부사가 품위등급 관리 부족 등 주력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이 점점 약회됨에 따라 수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 자연재해는 수출 경쟁력 약화

올해 사과 산업은 내수 자급도 힘들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대구경북능금농협, 충북원예농협 등에서 수출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을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국내 가격이 작년보다 2배 가량 높기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농협은 농가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무역업체에 요청을 하고 있지만 무역회사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고 있어 단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출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더라도 수출선 유지를 위해 최소한 정도로 수출이 이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과와 배 시장은 지난해 봄철 냉해와 여름철 폭우 등 자연재해로 인해 생산성 악화로 수급이 불안한 상태다. 특히 사과는 내수 자급도 힘든 상황으로 수출 주관 농협에서는 수출선 유지를 위해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명맥만 이어나가겠다는 목표다.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대만 사과시장에서 미국산 사과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1등을 하고 있는데 우리 사과보다 품질도 우수하고 가격도 낮아 국내산 사과의 경쟁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면서 “고품질 사과를 생산해내기 위한 기술 개발과 신품종 도입은 수출시장의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파프리카 수출농가에서 바이어와 관계자들이 고품질 파프리카에 만족하고 있다.
파프리카 수출농가에서 바이어와 관계자들이 고품질 파프리카에 만족하고 있다.

# 자연재해 극복 기술 개발·보급

신선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산과 품질 향상이 절대적이다. 올해 사과 산업처럼 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품질저하까지 이어지면 수출은 힘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스마트팜을 꼽는다. 
현재 과수산업을 비롯한 노지채소에서도 스마트팜의 개발이 산학연을 필두로 진행되고 있다. 
한 노지스마트팜 개발업체 담당자는 “사과 꽃 개화 초기 동해피해를 막기 위해 날씨가 추워지면 꽃을 미리 얼려 동면상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과수농가에서 일일이 수작업하기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라며 “노지 스마트팜을 이용하면 관수시설에 미세살수를 이용해 꽃을 동면상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지만 보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노지인 과수산업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농가의 적용이 쉽지 않다.
우선 농가들의 고령화로 인해 기존 농법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투자되는 시설비용의 회수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축산에서는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인해 축사가 최신식으로 지어진 곳이 대부분이지만 농업에서는 지원이 미진해 아직 시설현대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귀농인구가 시설원예나 축산으로 진출하는 것도 기존 농법을 벗어나지 못한 농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고부가가치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출국가에서 요구하는 생산농산물을 만들어야 한다. 기존농법에 비해 사용하는 원자재도 다르고 재배방법도 상이하다. 하지만 수출에 대한 대가는 곧 고부가가치로 이어진다. 이에 신선농산물 수출전용 농장 신청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샤인머스킷을 생산하는 경북 상주의 한 농가는 생산하는 고품질 샤인머스킷 전량을 수출한다. 바이어가 생산량을 정하지 않고 전량 매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 
이 농가는 고품질 샤인머스킷을 생산하기 위해 캠벨얼리 생산의 약 10배가 넘는 생산비용을 부담하고 약 100배 넘는 수익을 얻는다. 여기에는 10배가 넘는 원·부자재가 투입되고 인력도 그만큼 많이 든다.
해당 바이어는 “이 농장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샤인머스킷은 전 세계를 찾아도 나올 수 없을 만큼 좋은 품질로 농산물 확보가 곧 수출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라며 “안정적인 생산과 고품질은 성공하는 농업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 정부 수출 전문조직 육성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신장하고 있는 농식품 수출을 견인하기 위해서 한류, 미·중 수요 회복 등 기회요인은 적극 활용하고 물류비 보조 폐지 등 리스크는 철저히 관리하여 올해 수출확대에 총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수출 물류비 보조 폐지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전문조직을 육성하는 등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 사업 강화하고 지속 성장 가능한 농식품의 수출 활성화에 물류비 보조 예산보다 많은 585억 원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선 농산물 품질관리부터 물류·홍보까지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수출통합조직의 역량 제고 등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235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또 국내 산지부터 해외 소비지까지 빈틈없는 저온유통체계 적용을 위해 신선 농산물 특화 물류체계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한류를 연계하고  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K-Food 홍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 수출 확대는 국가 경제에 기여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증진, 국내 생산기반 유지 등 농식품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면서 “민·관 협의체인 ‘K-Food+ 수출 확대 추진본부’를 활용해 기업의 밀착지원을 강화 등을 통한 신시장·판로 개척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