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서병진(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
특별기고 / 서병진(대구경북능금농협 조합장)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10.01 1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꼭지무절단 사과, 노동력·인건비 절감 일석이조
소비자, 외형 이질적 상품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

우리 국민의 주식이 쌀이라면 과일의 주식은 다름아닌 사과이다. 국민에 사랑을 받는 사과가 최근 수입산 과일에 비하여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덜 받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사과 등급 판정기준을 보면 빨갛게 익은 사과나 꼭지가 없는 사과를 가장 맛있는 사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눈으로 먹는 사과보다는 맛으로 먹는 사과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과도한 착색을 위해 비싼 농자재가 들어간 사과를 먹기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익은 사과를 먹는 시대를 열어갈 때이다.

■글싣는 순서
① 사과, 본연의 맛과 당도로 먹는 시대로 전환해야
    시대변화에 맞게 사과 생산과 소비도 전면적 개혁 필요하다.

② 착색작업은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손해
③ 울며 겨자먹기 하는 착색작업

본격적인 사과 수확기를 앞두고 과수농가의 인력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구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천정부지로 오르는 인건비와 농자재 가격이 과수농가의 이마에 주름을 더 짙게 하고 있다.
현재 사과유통은 꼭지를 절단해 유통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를 꼭지가 있는 상태로 출하하면 더 싱싱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꼭지를 무절단해 유통하면 노동력 절감에 따른 인건비 절감 등 일석이조의 효과의 거둘 수 있다.
 이제는 적엽 작업, 착색제, 반사필름 등을 이용한 외형의 이질적 상품화를 과감하게 버리고 비파괴 당도 보증을 통한 사과본연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소비자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에서 키운 사과가 진정한 상품(上品)으로 인정받는 시대로 가자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소비자가 사과의 착색 및 상태를 알 수 없도록 하고 맛을 판단)를 해보면 착색제나 반사필름을 사용해 빨갛고 매끈한 사과보다 겉껍질이 까칠하고 투박한 사과가 훨씬 맛있다고 말한다. 자연 그대로의 사과는 햇빛, 비, 바람, 서리 등에 자연스레 노출되면서 과육이 단단해져 식감도 더욱 아삭하고 당도와 산미도 잘 조화돼 사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생산자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빨간 사과를 선호할수록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과 전면이 빨갛게 착색되지 않으면 높은 값에 출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요즘에는 대형유통시설에서 비파괴 당도 분석기를 통해 맛과 모양이 우수한 사과조차 색이 빨갛지 않다는 이유로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자는 사과 전면이 착색된 상품을 내놓기 위해 연간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야 하고 소비자입장에서는 사과의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과일을 먹을 수밖에 없다.
눈으로 먹는 사과를 지양하고 맛으로 먹는 사과의 본질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빨간 사과가 맛있다’는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뀌지 않는 한 사과 등급 판정 기준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사과를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혜와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