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속 미래 원예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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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1.03.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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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지속세에 온대성 과수재배 적합지 위로 상승
이상기온 따른 재배시기 선택·병해충 관리 등 대비

② 기후변화는 원예작물 생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2021년은 새해에 들어서자마자 영하 10℃ 이하의 매서운 동장군이 한반도를 덮쳤다. 얼마 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도 흰 눈이 쌓이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모두 다 기후변화가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불과 9년 전인 2012년에 발표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의 RCP8.5시나리오(지금과 같이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였을 경우(고배출시나리오)의 미래 기후에 대한 예측된 전망자료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0년마다 0.63℃씩 기온이 올라가서 21세기 후반기에는 평양의 연 평균기온이 지금의 서귀포의 연 평균기온과 유사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작년에 발표된 새로운 전망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때 온난화 속도가 더 가속되어 금세기말에는 7.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그림 1>.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하는 한 당분간 지구가 뜨거워지는 경향(온난화)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지역마다 돌발적인 이상기상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모습(기후변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오렌지에 고드름이 생길 때 북극에 가까운 알래스카주의 기온은 텍사스 주보다 높았다고 한다. 즉, 지구 전체의 평균적인 기온은 매해 상승하고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이상기상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기후가 불확실한 환경에서 작물 재배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과거(1981∼2010)                                             2030년대                                                  2060년대(그림 10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미래 연평균기온 변화(℃)
          과거(1981∼2010)                            2030년대                                 2060년대
(그림 10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미래 연평균기온 변화(℃)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되는 원예작물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영향에 대해서 지금까지 연구가 된 것으로는 작물 재배지나 재배 시기, 수량·품질과 병해충의 발생 변화 등이 있다. 온난화가 지속됨에 따라 사과, 배, 포도, 단감 등 온대성 과수의 재배 적합지역은 점차 해발고도가 높은 지대로 이동하거나 위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와 같이 중부지대에 많이 재배되던 사과가 미래에는 충북이나 강원의 재배가 증가하거나, 경남에서 많이 재배되는 단감이 중부지방까지 재배지역이 확대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연중 일정한 기간에만 재배되는 채소는 재배에 적합한 시기가 변하게 된다. 제주도 및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던 난지형 마늘, 월동배추, 월동무 등의 재배가 남부 내륙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겨울과 같이 이상 혹한이 발생할 경우에는 오히려 월동기 동해 피해도 자주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1981∼2010)                                             203년대                                                  2060년대(그림 2)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사과 재배적합지 변동 예측지도
          과거(1981∼2010)                             203년대                                   2060년대
(그림 2)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사과 재배적합지 변동 예측지도

다만, 우리나라에서 고랭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배추 여름재배는 여름철 폭염 발생에 따른 생리장해와 병해충 발생의 증가로 재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물 수량이나 품질에 미치는 기후변화, 특히 기후변동의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과와 배 등 온대과수에서는 최근과 같이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져 작물의 발아나 개화가 빨라져서 내한성이 약해졌을 때 이상 한파가 닥치면 발아된 잎이나 꽃이 피해를 받아 수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또 사과나 포도 등은 여름철 착색기에 고온이 지속되면 과일의 색깔 발현이 불량해져 품질이 나빠진다. 배추, 마늘, 무 등 채소도 재배 시기의 기후에 따라 수량과 품질 변화가 심해진다. 고랭지나 준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철 배추는 결구기 고온으로 무름증상이 쉽게 발생하며, 수량 감소가 매우 크게 된다.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생육은 오히려 증가하지만, 봄철에는 벌마늘 발생이 많아질 가능성도 커진다. <그림 3>와 같이 무는 초기 생육기에 생육 적온보다 고온이 발생하면 곡근이 발생하여 품질이 나빠지나, 양파의 경우에는 고온으로 생육이 불량해질 것이다.

온도에 따른 무의 생육                                                         온도에 따른 양파의 생육   (그림 3) 재배시기 기온에 따른 무와 양파의 생육 차이
온도에 따른 무의 생육                                                       온도에 따른 양파의 생육
(그림 3) 재배시기 기온에 따른 무와 양파의 생육 차이

병해충 발생 양상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4>과 같이 1990년대 제주도에서만 원예작물에 피해를 주던 볼록총채벌레는 겨울철 월동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점차 남부지방까지 피해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참다래의 경우 겨울철 따뜻한 기온이 지속되다가 이상 한파가 오면 줄기가 동해피해를 받게 되고 이어서 궤양병 등 발생이 심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1981∼2010)                                                          2050년대                                                 볼록총채벌레 및 망고 피해(그림 4)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볼록총채벌레 월동생존률(%)
                       과거(1981∼2010)                          2050년대                       볼록총채벌레 및 망고 피해
(그림 4) 기후변화시나리오(RCP8.5)에 따른 볼록총채벌레 월동생존률(%)

기후변화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되는 온대성 원예작물의 재배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장마다 기후변화 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이에 따라 작목(품종) 및 재배시기 선택, 시비 및 병해충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적합한 방법을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에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후스마트농업이나 디지털농업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자 하는 것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우리 농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서형호<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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