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국내에서 블루베리 과실이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되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 이후가 아닐까 생각된다. 4년여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재배면적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2010통계에 따르면 약 1,000ha의 재배면적에서 고작 1,000톤 정도가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 유목 비율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위안해 보지만 재배지를 돌아보면 무색해진다. 수령이 상당한 나무의 수관과 수세가 원산지와 비교하여 매우 열악한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굳이 원산지가 아니라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보아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과다생산에 대한 걱정은 호사스러운 희망사항으로 보여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소소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과수라는 작물은 한곳에서 오랫동안 생육하고 수확하는 영년생 작물이기 때문에 재식 전에 충분히 좋은 토양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불량한 토양환경은 절대 좋은 품질 좋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재식 후 토양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주요 블루베리 생산국을 보면, 그들은 재식하기 전에 2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토양을 조성한다. 우리보다 토양환경조건이 유리한 그들도 토양조성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걸 보면 그 만큼 블루베리라는 식물에게 토양환경은 다른 작물보다 더 민감하고 중요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우리 블루베리 농가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농가들과 대화를 해보면 한가하게 토양을 개선할 시간이 없다고들 한다. 빨리 심고 빨리 수확해서 빨리 돈벌어야 된다고 한다. 마치 얼마 안가서 블루베리 산업이 끝날 것처럼 조급하게, 일단 심으면 비싼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달릴 듯 그렇게 단거리 경주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환경 조성과 수세확보는 뒷전에 있다. 시간을 들여서 토양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값비싼 피트모스를 사용하고, 유목의 수관 확보를 위해 적화를 해야 하지만 몇 알 달리지도 않는데 그걸 수확해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 여기에 더더욱 필자를 암울하게 하는 것은 행정적 지원도 조급함을 더해준다. 보통 지방 농업기관에서는 보조사업을 통하여 일정부분 영농자금을 지원해준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면 농가들에게 충실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차단한다.
실 예로 대부분의 보조사업은 연 초 사업자를 선정하여 농가포장에 나무가 심겨지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 해 안에 마무리 짖는다. 물론 선견지명이 있어서 미리 토양을 충분히 준비한 농가의 경우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조성된 토양에 나무를 심을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농가들은 선정 후부터 묘 구매와 토양관리가 시작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느 누구도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영농을 준비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모습이 표준화 되어 신규 농가들도 그 형태를 그대로 답습한다. 왜 선발 농가들이 피트모스를 사용해야만 했는지, 이랑을 높여야 했었는지에 대한 분명한 이해 없이 잘못 만들어진 표준화를 답습하고 있다. 정말 피트모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까? 꼭 불편한 이랑을 만들어야 할까?
사실은 시간이 답이다. 그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한해 두해 정도의 시간을 말한다. 또한 오매불망하는 피트모스는 단지 완숙된 유기물일 뿐이고, 토양산도를 변화시킬 힘은 아주 약하다. 많은 부분에서 왜곡된 정보가 많다. 농업도 하나의 산업이고 사업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시간을 가지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조사업 역시 이왕 새로운 소득 작목을 통하여 농촌과 농산업의 활성화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성공할 수 있는 여건 역시 같이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블루베리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사업추진 결과를 시간단위로 수행하는 것 보다는 몇 가지 지표를 검토한 후에 하거나 또는 수량과 품질에 따른 지원, 즉 후불제도 고려해볼 수 있다.
많은 농가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섞인 질문을 한다. 잘 될까요? 라고. 필자도 궁금하긴 매 한가지다. 단지 개인적인 주관적 관측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소득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며(만약 그렇지 않다면 블루베리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어렵다), 지출능력과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농식품의 소비는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블루베리에 대한 구매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통계적 자료는 아니지만 블루베리의 재구매자가 꾸준하고 충성도가 높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리하자면 좀 늦더라도 잘 준비된 토양과 지역에 알맞은 품종을 선택하여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늘리고, 좋은 품질의 과실을 생산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 김홍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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