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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초 농업의 가장 큰 성과는 연작(이어짓기) 농법의 본격화이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땅을 한 두 해씩 묵혀 땅 힘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재배를 하였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사람들은 퇴비, 구비, 인분뇨, 축분 등을 이용하여 지력을 회복시키면 매년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리밭에 콩을, 콩밭에 가을보리를, 보리밭에 조를 심는 이모작도 시작하게 되었다.하지만 현재 농업에서 연작은 어떤 이미지일까? 조선시대에 생산성 증대와 과학적 농사의 지표였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고 연작장해, 연작피해 등 부정적인 이미지만이 남아있다. 연작으로 인해 재배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 대표적인 원인은 염류집적(비료분이 토양에 쌓이는 현상)이다. 토양 양분은 작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작물은 질소, 인, 칼리 등 다양한 성분들로 구성하고 있으며, 탄소성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양분을 토양으로부터 흡수한다. 우리나라 토양은 오랫동안 비에 의해 양분이 씻기어 왔기 때문에 과거 노지재배에서는 퇴비나 구비, 화학비료를 많이 주면 많은 수량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많이 주면 수량이 증가한다는 생각들은 시설재배지에서는 큰 문제를 발생시켰다. 시설하우스 내에서 농사를 짓게 되면서 1년에 이모작이나 삼모작을 하였고, 그에 따라 농가는 유기물이 많은 퇴비와 고체형 화학비료, 액비 등을 이용하여 땅 힘을 돋우고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사람의 몸도 몸에 너무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우리가 흔히 성인병 혹은 부자병이라 부르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발생하듯이 토양도 마찬가지이다. 과도하게 투입된 양분은 소금이나 나쁜 물질처럼 보이는 염류라는 단어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토양 EC(전기전도도)는 토양의 양분함량을 나타내는 가장 간단한 지표로 작물에 적합한 수치는 1~2 dS/m 정도이다. 하지만 시설재배지의 50% 이상이 기준치를 넘는다. 높아진 양분은 작물생육과 광합성의 기본요소인 물의 흡수를 저해한다. 또한 과다하게 시용된 비료는 토양에 집적되어 양분의 불균형을 일으켜 양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양분부족 현상을 생기게 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은 작물은 병해충에도 약해지고 자람도 늦어지게 되어 목표하는 수량을 얻을 수 없게 된다.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던 시대에는 비료를 생활에서 나오는 인분, 산에서 가져온 나무나 낙엽, 집에서 키우던 가축으로부터 얻었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좋은 퇴비를 만들고 화학비료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여 얻은 양분을 토양에 과다하게 넣었다가 다시 어떻게 하면 줄일 것인가 고민하는 일이야 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일일까?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하여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수시로 토양을 분석·진단하여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흙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이고 첩경이라는 것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강윤임<농진청 시설원예시험장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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