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해진 품목별 대표조직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가 쌀과 배추, 사과 등 29개 농축수산물의 품목별 대표조직을 설립했다. 해당 품목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조직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품목별 조직화가 되면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고 유통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향후 농식품부-대표조직-농가로 정책이 연계되도록 정책파트너로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야심차게 육성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품목별 대표조직은 유명무실해졌다. 현재 사과, 배, 감귤 등 과실류에서는 이전 농협의 품목협의회와 조직을 일원화하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 외의 대표조직은 사무국마저 폐쇄하고 있다.품목별 대표조직을 추진했던 장태평 전 장관 이후 두 번의 장관교체가 이뤄지면서 정책의 연속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정부에서 지원하던 사업비도 품목당 2억원에서 1억4천만원으로 감액되면서 운영비, 인건비에는 일체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사무국 유지도 어려워졌다. 감액된 6천만원이 자부담으로 바뀌자 회원결속력이 약한 대표조직의 회원들은 회비를 내지 않거나 탈퇴하는 등으로 사업진행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대표조직도 원래 취지였던 품목육성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자조금 사업만 진행하고 있어 당초 농식품부가 계획했던 정책파트너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품목육성사업을 하지 않는 것은 농식품부가 자조금과 겹치는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하면서 새롭게 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농식품부가 대표조직을 육성하면서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세밀하게 설계하지 못해 자조금사업에 치중되기도 했다. 농식품부가 추진했던 품목별 대표조직 육성이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에 대해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추가 지원을 통해 현재의 대표조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지, 아니면 실패한 정책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과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연승우<취재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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