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환경과 식량 안보 지키는 순환농업 실천

기후 변화와 토양 황폐화, 수자원 부족 같은 환경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이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산업형 농업 모델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 가능하고 회복 가능한 농업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생태계를 보전하며, 농업 시스템을 회복 가능한 구조로 재편함으로써 미래 세대의 식량 안보와 지구 환경 보존을 동시에 추구하는 순환 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다.
농업 현장에서는 가축과 작물을 키우는 동안 수많은 부산물이 함께 발생한다. 작물의 잔재물, 가축 분뇨, 가공 부산물, 수경 재배 양액과 배지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은 일정한 유기물과 영양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퇴비화와 바이오 에너지화, 토양 개량재 활용 등으로 자원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수는 폐기물로 분류돼 버려지고 있다. 현장에서 부산물은 ‘처리 비용’의 문제, 사회적으로는 ‘제도적인 규제’에 묶여 폐기하는 경우가 많다. 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농업부산물이 오히려 환경 오염원이 돼 버려지는 실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농업은 생산뿐 아니라, 생태계와의 공존, 자원의 선순환, 그리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까지 시대적 요구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작물을 재배한 후 식물 잔사를 고온 처리 후 퇴비화해서 하우스 토양에 되돌려 쓰고, 지역 공동체에서는 축산 농가가 인근 작물 농가와 연계해 가축 분뇨를 공동 퇴비화함으로써 상호 공급, 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또한, 수경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액과 배지를 버리지 않고 다시 사용하거나 다른 작물에 재사용하여 수질 오염을 줄이는 등 실천적인 사례와 현장의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순환 농업은 단지 개인적인 노력이나 기술적 시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모두가 동참하는 실천적 방식으로 이뤄내야 한다.
순환 농업과 관련하여 기술적으로는 퇴비화와 배지 재활용, 양액 재사용 등 세부적인 기술이 이미 충분히 개발되어 있다. 이것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현장의 규모와 여건에 맞는 적용 방식을 찾아내고, 서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소 농업인을 위한 공동 처리시설, 지역 단위의 순환 모델 구축 등이 그것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농업부산물의 순환 자원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농산부산물의 업사이클링을 위해 규제 정비를 추진 중이고, 농업과 축산 분야 부산물의 사료 자원화, 에너지화 시범사업도 운영 중이다. 이와 같은 정책은 현장의 실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순환 농업 전환의 발판이 될 것이다.
버려지는 자원을 다시 순환의 고리로 되돌리는 일, 그것은 농업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농업부산물은 우리가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생명의 원료이다. 순환 농업은 더 이상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나에게서」시작되는 가장 현실적인 미래 농업의 모델이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내재화해야 하는 사명이 주어졌다.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그리고 농업인이 함께 협력하여 순환 농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을 실현해 나가야 할 때이다.
■최경이<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