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오는 K-건기식, 노 저어야 할 때
물 들어오는 K-건기식, 노 저어야 할 때
  • 원예산업신문
  • 승인 2025.05.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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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기식 시장 연평균 약 8.5% 성장
국내작물, 자생식물 자원 기반 원료 개발 필요

김치, 김밥 등으로 대표되는 K-푸드에 이어, 이제는 ‘K-건기식’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일상화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국가 산업의 전략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연평균 약 8.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약 5조 2천억 원에 달했으며, 면역력 증진, 혈당 조절, 항산화 기능을 강조한 제품을 중심으로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이제는 전 연령층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시장의 반응이다. 2023년 건강기능식품 수출액은 약 3,242억 원으로, 최근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한국산 제품의 기능성과 품질이 신뢰를 얻으며, ‘K-헬스’ 브랜드로의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능성 소재 개발과 인체적용시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바이오헬스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이 건강기능식품 분야까지 확장되고 있다. 정부 역시 2025년 1월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바이오 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건기식 시장 성장은 수입 원료에 기반한 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는 산업의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원료 단계에서의 부가가치는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이 진정한 국가 전략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내 작물 또는 자생식물 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능성 원료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산업체와 공동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기능식품 기능성원료 인정을 받은 ‘참당귀·황기 복합물’은 국산 약용작물을 활용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이처럼 국산 약용작물의 기능성과 원료 표준화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산업화할 수 있다면,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농업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포함한 산림지역에는 다양한 자생식물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예로부터 민간에서 약용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소중한 자원을 스마트한 농업·농촌 현장으로 가져와, 기능성 작물로 육성하고 건강기능성 원료로 발전시킨다면, 수입 원료를 대체하는 동시에 농가의 소득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 산업은 지금 메마른 대지에 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 물결은 저절로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로 이어지지 않는다. ‘노를 젓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간 연구와 개발이 미흡했던 국내 자생식물을 중점으로 기능성 원료 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와 연구 강화가 절실하다. 산업계와 정부,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자생식물의 기능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인증을 위한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기능식품은 단순한 건강 트렌드를 넘어, 미래 식품산업의 대표 주자이자 농업 혁신의 주요 대상이다. 기능성 작물과 자생식물 지원을 통해 원료 국산화와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그 노를 저어야 할 때다.

■한신희<농진청 원예원 특용작물이용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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