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기술 연구개발 보급 확대 위해 지속 노력

기후변화는 원예작물의 생산과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이상기후를 유발하며, 온도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 이상기후 발생 빈도의 증가는 작물 생육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져 농업 생산지와 소비자 간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농업 경제와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안긴다.
2023년에는 사과꽃 피는 시기에 발생한 이상저온(냉해)으로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여름철 집중호우와 병충해로 인해 사과 생산량이 급감했다. 온난화가 가속되면서 2024년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을 기록했는데, 9월 중순까지 지속된 고온 현상으로 주요 배 주산지에서 고온 장해 피해가 확산됐다. 또한, 여름배추는 이상고온, 가뭄, 집중호우 등으로 9월 수급 불안기에 가격이 크게 요동쳤다.
이와 같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단계에서는 환경장해 요인을 해소할 재배 기술 개발과 기후변화 적응 품종 육성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수확후관리 기술은 원예작물의 품질 유지와 저장·유통기간 연장을 통해 수급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원예작물은 수확, 예냉, 저장, 선별, 포장, 운송의 전 과정에서 품목별 적절한 수확후관리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저장과 유통 중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확 및 선별 단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비상품과를 철저히 제거하고, 작물의 품온을 적정 저장 온도까지 낮추는 예냉 작업을 통해 저장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저장기술로는 저온저장, MA(Modified Atmosphere) 저장,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 등이 있다. 저온저장은 온도를 낮춰 작물의 호흡률을 감소시킴으로써 부패를 지연하고, MA/CA 저장은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생리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또한, 식물 노화호르몬인 에틸렌의 작용을 억제하는 1-MCP(1-Methylcyclopropene) 처리를 통해 원예작물의 품질 저하를 억제하는 기술도 저장·유통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사과는 연중 유통이 가능하며, 봄·여름배추는 예냉·예건, MA 팔레트 커버 필름 처리, 저온저장을 조합한 수확후관리 패키지 기술을 통해 9월 수급 불안기까지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원예작물의 수확 후 저장성과 관련된 품질 요인에 대한 데이터 축적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2024년 기록적인 고온현상으로 수확된 배의 저장성을 예측하기 위해 저장 잠재력 변화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저장 전 선별 단계에서 생육기 고온 환경으로 인한 경미한 내부장해를 가진 배 과실은 외관으로 구분하기 어려워 산지유통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적외선 기반 비파괴 선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후변화가 심화함에 따라 원예작물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저장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저장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을 확대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농업인뿐만 아니라 저장·유통 현장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정밀하고 효율적인 저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으면 저장기술은 기후변화의 도전을 극복하고 미래 농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진수<농진청 원예원 저장유통과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