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 특성과 가격 형성 요인 고려해야”

매년 명절이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시점이 되면 농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단기적인 가격 변동만으로 이를 주요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가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통계청이 매달 발표한다. 소비자의 실제 소비 패턴을 반영해 458개 품목을 선정하고, 품목별 가중치를 부여해 물가 변동의 영향을 수치화한다. 가중치 총합은 1,000으로, 특정 품목의 가중치가 높을수록 해당 품목의 가격 변동이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전체 458개 품목 중 농산물은 57개가 포함되며, 가중치는 38.4다. 이는 소비자가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산물 구매에 평균 38.4원을 사용한다는 뜻으로, 전체 소비재와 비교했을 때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품목으로 지목한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의 가중치는 각각 14.2와 14.4에 불과하다. 통신비(46.6), 문화생활비(62.9), 교통비(110), 외식비(138) 등과 비교해도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일부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철선 한국과수연합회장(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은 “농산물이 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보도되는 것은 생산 현실을 무시한 해석”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가격 변동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배 생산량은 평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고, 사과 역시 공급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오른 것뿐인데, 이를 두고 농산물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보도는 농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 변동은 기후와 생산량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일부 언론은 이러한 요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현실까지 반영한 균형 잡힌 보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사문 한국청과 전무는 “농산물 가격이 단기적으로 변동할 수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전체 물가를 끌어올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가격이 예년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이를 농산물이 물가를 주도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문제”라며 “농산물 시장의 특성과 가격 형성 요인을 고려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