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이상 교체 안해도 되는 뛰어난 내구성

어릴 적 풍요로운 농촌의 모습을 ‘누렇게 익은 황금 들녘’으로 표현한 기억이 난다. 아버지와 1970년대 초 대나무로 골조를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온상을 만들어 담배 묘종을 키웠던 기억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농업은 1970년대부터 50여 년 동안 급속도로 발전해 왔다. 그 중심적인 역할은 비닐하우스가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비닐하우스는 계절을 극복해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생산할 수 있고,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 아열대 지역에서만 생산 가능한 과일을 온대나 한대에서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우리나라 시설원예 면적은 중국 스페인에 이어 3위이며(5만 3천여ha) 1인당 시설면적은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시설원예가 태동하게 된 계기는 1954년 공업용 폴리에틸렌 필름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1960년대 농업용으로 확산되면서부터이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농업인구 비율이 70%를 넘는 농업국가로 주 소득원은 쌀과 보리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겨울철 비닐하우스 출현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배경하에 비닐하우스는 1960년 100ha, 1970년 763ha, 1980년 7,300ha로 급속도로 증가했다. 1970년대 초반에는 남부지방에서 주요 작물에 대한 보온, 난방 효과와 품종 비교시험이 이뤄졌다. 1970년대 말에는 철재 파이프가 보급되었고 PE필름보다 보온성이 좋고 저온과 고온에 변화가 적은 초산비닐(EVA)과 염화비닐(PVC)이 이용됐다. 1980년대에는 피복재에 맺힌 물방울이 투광율을 떨어뜨리고 식물체와 바닥에 떨어져 병을 유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방울이 잘 흘러내리는 유적필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피복재의 광 환경과 열 집적 특성에 따른 품질과 생산성 향상 연구가 수행됐으며, 광질을 광합성 유효파장대인 600~700nm로 변환시키는 광질변환 필름 연구가 추진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능성뿐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PO필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국내 생산 PO필름은 농가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산․학․관․연이 ‘장기성피복재PO연구조합’을 결성하고 2020~2022년까지 국산 PO필름 성능향상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 우수한 품질의 K-PO필름을 개발했다. 개발 필름은 실증연구와 시범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비닐의 발전 단계를 살펴보면 초기에는 외부 불량 환경을 막아주는 역할이었으나, 다음 단계에는 보온성이 향상되고 안정적인 비닐, 다음으로는 기능성이 추가돼 작물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비닐, 최근에는 품질향상뿐 아니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비닐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는 당시의 농업현황과 사회적인 이슈들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최근 PO필름이 확대 보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작물의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고 무엇보다 오래 쓸 수 있어 4년 이상 교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농자재 박람회에 참여한 많은 농업인의 바람도 오래 쓸 수 있는 필름과 고온기 유리한 비닐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동력이 부족한 농업현실과 기후변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농업용 필름 개발도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권기범<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