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보급 실용화 기술 등 지원 뒷받침돼야

우리나라 시설재배는 주로 기온이 낮고 햇빛양이 부족한 저온기에 이뤄진다. 이 시기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 일조 시간이 짧으며, 시설 구조물과 보온자재, 먼지 등으로 인해 시설 안으로 유입되는 빛이 감소한다.
2023∼2024년 겨울철 일조 시간은 411시간으로, 기존(’21∼’23) 대비 약 80% 수준으로 감소했고, 강우 일수는 40.8일로 평년(’91~’20) 대비 1.4배 증가했다. 누적 강수량은 243.9mm로 평년 대비 2.5배 증가해 강우에 의한 저일조 현상이 심화했다. 황사 또한 1990년대 7.7일에서 2010년대 11.2일로 증가하였고, 연평균 7회 정도 발생하고 평균 14일간 지속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 등으로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기상은 시설원예에서 저온기에 유입되는 광량을 줄여 작물의 웃자람, 수정 불량, 낙과 등 문제를 유발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작물의 생산량 감소와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농업 문제는 곧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므로, 자연현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시설재배에서 사용되는 피복재는 빛의 투과율과 온·습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가에서는 재배기간, 작물,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피복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복재에는 폴리에틸렌(PE),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폴리올레핀(PO) 필름 등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국내 시설재배 농가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폴리에틸렌(PE) 등의 피복재를 주로 사용해 왔으나, 최근에는 4∼5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투광율이 높아 저온기에 유리한 폴리올레핀(PO)계 필름의 이용이 늘어나고 있다.
피복재를 선택할 때는 투광율, 유적성, 내구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투광율이 높으면 저온기에 충분한 빛을 공급하는 데 유리하고, 유적성이 우수하면 피복재 내부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흘러내려 습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내구성이 우수하면 피복재 교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피복재의 투광율은 일반적으로 폴리올레핀(PO)계 필름이 가장 높다. 하지만 피복한 지 오래된 비닐하우스에는 먼지 등 이물질이 많이 부착되어 투광율이 떨어지므로, 필름 교체나 세척 등 관리가 필요하다. 세척은 농가에서 보유한 분무 압력 15kgf/㎠의 동력 분무기로, 비닐하우스는 수용성 세제 0.5%, 유리온실은 옥살산 4% 용액을 이용해 진행한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가벼운 비가 오는 날 세척하면 더 효과적이다.
또한 저일조 현상이 심각해질 경우, 인공광원으로 부족한 광량을 보충해 작물의 광합성을 촉진하는 보광 기술이 필요하다. 보광에는 일조 시간 연장, 흐린 날 주간 조명, 야간 조명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주로 고압나트륨등(HPS), 발광다이오드(LED)가 사용되는데, 출력, 광질 등이 다양하다. 하지만 인공광 설치 비용과 전기료 부담이 크므로, 사용 기간과 경제성 등 장기적인 이익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설치해야 바람직하다.
저온기에 일사량이 1% 감소하면 작물 수량이 1% 이상 줄어들 수 있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저온기 일조 부족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연구 기관은 저일조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보급할 수 있는 실용화 기술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이어져야 하리라 본다.
■한민희<농진청 원예원 시설원예연구소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