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수확 전 태풍 등 기상이변 변수
올여름 유난히 지속됐던 폭염으로 인해 사과·배의 생육 상태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가운데, 생산성 하락으로 고품위 과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현재 전국 배 농장에서 산발적으로 열과와 낙과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전반적인 생산면적은 줄었지만 단수가 높아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열과 발생으로 생산량이 줄어들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특히 무더운 날씨로 인해 열과가 발생하면서 고품위 배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저장에 들어갈 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재문 나주배원예농협 영농지원단장은 “유례없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소 피해 등이 발생해 전체 물량이 10% 가량 줄어들었고, 추석 이후 수확해야 할 배가 크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보통 명절 후로 가격이 떨어지는데 반해 현재 가격은 예상 가격 보다는 높다”고 설명했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추석연휴 이후 내린 폭우로 충청남도 지방에 낙과 피해를 입었고 그전에 열과 피해로 인한 낙과도 진행되고 있던 상황”이라며 “오늘부터 재해보험에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는 만큼 자세한건 더 알아봐야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아산원예농협 관계자도 “전국에서 발생한 열과로 인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을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단수에 비해 품질이 좋지 않아 저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사과는 배와 달리 품질은 평년보다 낮지만, 생산량은 평년 수준 정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더위로 홍로의 착색이 늦어지면서 출하가 늦어져 추석이 지난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출하되고 있다. 저장 사과의 주요 품목인 부사의 출하가 10월 10일경부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출하조절에 힘쓰는 모양새다. 다만 배와 같이 생산성 저하로 고품위 사과의 생산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구경북능금농협 관계자는 “올해 주요 생육 시기 빈번한 강우로 정상적 방제가 어렵고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져 특품 물량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중상품 물량은 20~30% 가량 늘었다”며 “가격은 추석 이후 2주 가량 변동성이 있으나, 10월 초 이후로 부사, 감홍, 시나노골드 등이 출하돼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동농협 농산물공판장 한 사과경매사는 “올해 사과 생산량이 평년 수준에서 조금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출하가 더뎠던 홍로 출하가 이어지고 있고 부사 출하도 10월 둘째 주 경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여 막판에 출하가 몰리지 않도록 유의해야한다”면서 “올해 품질이 평년보다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평년보다 살짝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일부 과원에서 생리장애 등으로 생육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지만 사과는 평년 생산량과 비슷하고 배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본격적인 수확기까지 태풍 등의 기상이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과·배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