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재해보험 벤치마킹 … 기초보험 상품 도입해야
올해 초 갑작스러운 폭우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지만, 현행 농작물 재해보험과 정부의 복구 지원만으로는 피해 복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연구원(원장 김영선) ‘JNI 이슈리포트-이상 강우 현상에 따른 도내 주요 농산물 영향 및 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올해 2월 전남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 유례없는 강수량(134.59mm)과 최저 일조율(34.96%)을 기록하며 주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었다.
특히 양파, 마늘 등 노지 재배작물은 생육이 지연되고 잎마름 증상과 벌마늘(2차 생장) 현상이 나타나며, 주요 시설재배 작물인 딸기와 방울토마토도 잿빛곰팡이병 등 병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가 이어졌다. 또한, 멜론과 파프리카 등 다른 시설 재배 작물들도 광합성 부진 및 생리장해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농업 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농가에 약 2,261억 원의 재해복구비를 지원할 계획이지만, 농가 자부담 비율이 높아 지원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재해복구비 중 농약대는 100% 지원되지만, 대파대와 입식비는 50%, 농업시설 복구는 35%만 보조돼 농가가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또한, 현행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에 따르면, 시설재배 작물의 일조량 감소 피해는 기타 재해로 분류돼 피해율이 70% 이상일 경우에만 보상되며, 전체 작물 재배를 포기해야만 보험금이 지급된다. 이로 인해 70% 미만의 피해를 입은 다수의 농가는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망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전남연구원의 김현희·윤영석 부연구위원은 자부담이 없는 기초보험 도입, 농업재해지역 및 농작물재해보험의 보장 수준 확대, 일조량 저하에 따른 병해 피해 인정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의 대재해보험(CAT) 제도를 벤치마킹해 모든 농가가 자연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초보험 상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와 농업의 관계는 앞으로도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 기준을 적정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일조량 저하로 인한 병해 피해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