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A 국회 비준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결의대회’ 개최
한국과 에콰도르 간의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국회 비준을 앞두고 국내 화훼농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SECA 국회 비준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결의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500여 명의 화훼 농민들이 참석해, SECA 체결로 인한 산업 피해를 우려하며 정부에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사)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사)한국화훼협회, (사)한국절화협회, (사)한국난재배자협회, (사)한국백합생산자중앙연합회, 부산경남화훼생산자연합회, (사)경남절화연구회, (사)경북화훼생산자연합회, (사)전북화훼생산자연합회, 경기도장미연구회 등 10개 화훼 관련 단체가 모여 구성한 ‘SECA 반대 및 화훼산업발전 대책위원회’가 개최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SECA 국회 비준에 반대의사를 외치며, 국내 화훼산업 회생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 점진적 관세 철폐, 국내 화훼 농가 경쟁력 약화 우려
SECA는 한국과 에콰도르 간 포괄적 경제협력을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으로, 2016년 협상이 시작돼 7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타결됐다. 이 협정에 따라 장미, 카네이션, 국화 등 절화류의 관세는 현재 25%에서 12~1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철폐될 예정이다.
에콰도르는 세계적인 화훼 수출국으로, 특히 장미가 전체 절화 수출의 약 70%를 차지한다. 2022년 기준, 에콰도르의 절화 수출액은 10억1,000만 달러로, 이는 한국 전체 화훼 판매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향후 SECA 협정이 발효되면, 국내 장미 농가가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국내로 수입되는 장미는 고품질은 콜롬비아산, 저품질은 중국과 에티오피아산으로 구분되지만, 에콰도르산 장미는 콜롬비아산과 비슷한 품질을 자랑하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이로 인해 국내 장미 농가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시장에서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 다국간 FTA 체결로 줄도산 위기
화훼 농가들이 이처럼 우려하는 이유는, 과거 다국간 FTA 체결 이후 대규모 꽃 수입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험 때문이다. 대책위는 이번 협정 역시 과거 전례를 답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이번 SECA 체결 역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화훼업계는 이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5년 발효된 중국, 베트남 FTA와 2016년 발효된 콜롬비아 FTA 이후 무관세와 저관세로 수입된 절화가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농가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산 장미는 2015년 22만4,701본에서 2022년에는 820만927본으로 수입량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산 국화는 177만6,966본에서 1억693만7,010본으로, 콜롬비아산 카네이션은 128만7,380본에서 4,259만1,269본으로 증가했다. 중국산 카네이션도 1,030만1,500본에서 1,270만4,175본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국내 대륜 국화, 카네이션 등 품목은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김남한 한국절화협회장은 “정부가 지난 2015년, 2016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후 무분별한 꽃 수입을 허용해, 화훼농가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농가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경제적 이익만을 앞세워 SECA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 실질적 대책 마련 절실
대책위원회는 SECA 체결로 인한 농가 피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결의대회에서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농가 피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상 ▲화훼 원산지 표시 강화를 포함한 화훼산업진흥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 ▲화훼 수급 및 유통 문제의 근본적 해결 ▲불법 화환 및 가짜 꽃 단속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결의대회에서 대책위는 꽃을 사랑하는 국회의원들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어기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위원장 이철규) 의원실을 방문해 반대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어 상복을 입은 여성 농민들이 꽃을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통해 농가의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정윤재 김해대동화훼작목회장은 삭발식을 통해 SECA 비준 반대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서용일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정부는 그간 다국간 FTA를 체결할 때 수입되는 꽃의 양이 적을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입량은 100배 이상 늘었다”며, “그 결과 국내 대륜 국화와 카네이션 농가는 거의 사라졌다. SECA가 발효되면 장미뿐 아니라 절화 시장 전체가 전멸할 것”이라며 비준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