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와 유통업계간 간극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올해 마늘의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됐지만 가격을 두고 농가와 유통업계간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시작된 마늘의 경매에서는 농가들이 원하는 가격이 나오지 않자 경매가 중단되고 불락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산지는 출하상황과 다르게 돌아가는 시장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우선 올해 마늘 생산량이 전년과 평년보다 적고 품질이 낮아 수급상황이 좋지 못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마늘 생산량은 28만 5,000톤 내외로 전년대비 9% 평년대비 13% 감소할 것으로 내대봤다. 특히 남도종 마늘 중심 2차 생장(벌마늘), 스펀지마늘 등 생리장해 발생 증가, 대서종과 한지형 마늘생육 후기 병해 및 잎끝마름 증상 발생 증가로 조기 수확 진행, 특·상품과 비중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7월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깐마늘의 거래가격은 6,900원/kg(상품) 내외로 지난해 6,600원, 평년 6,630원에 비해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창녕농협공판장에서 거래된 마늘 가격은 3,600~3,700원/kg(상품) 선이었다. 일주일이 지난 8일 가격이 4,000원/kg까지 올라왔지만 농가들이 말하는 생산비 4,500원/kg에는 못 따라오는 수준이다.
마늘 농가들은 일단 추이를 살펴보면서 출하 조절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늘 경매가 보통 7월부터 10월까지 이어져 본격적인 출하시점을 조절하고 있다.
문제는 마늘의 가격 결정방식에 있다. 마늘의 주된 거래품목인 깐마늘은 원가가산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저장성이 높은 피마늘 형태로 마늘을 저장하다 유통을 앞두고 마늘을 까서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가공유통비용이 발생하는데 최근 들어 가공유통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깐마늘 가격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피마늘 가격인상은 힘들다는 것이다. 올해 깐마늘 거래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공유통비용이 늘어 피마늘 가격은 수급의 영향보다 유통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마늘 생산자 단체 관계자는 “깐마늘 가격을 올리면 정부가 TRQ를 물량이 풀리고 그러면 가격이 낮아져 상인들의 마진이 적어지는 만큼 가격을 올리지 않게 위해 2024년 피마늘 가격을 누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수급상황에 맞게 마늘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맞지만 마늘시장은 점차 왜곡돼 유통시장의 사정에 따라 마늘 가격이 결정되는 불투명한 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지난 2021년 ‘마늘 산지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농가 포전거래 축소를 위한 대체 판로 확대 △농협 계약재배 확대 △산지공판장 산지경매 개선 △깐마늘 가공시장에서 농협 기능 강화 △도매시장 마늘유통 개선(상장예외품목 지정 제외) △마늘 생산농가의 재배, 수확, 건조 방법 개선 △마늘 산지농협 저장시설 확대 설치 및 운영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한바 있다.